[쿠키뉴스] C형간염바이러스(HCV) 일부 유전자형에선 여전히 인터페론의 치료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12일 열린 간학회 주최의 The Liver Week 2015에서 C형간염 치료전략 세션에 연자로 나온 순천향대의대 김영석 교수(간학회 보험이사)는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의 유용성을 놓고 섣불리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차세대 DAA(바이러스직접작용제제)의 효과가 제한되는 일부 환자의 경우 더 그렇다.
김 교수는 "DAA제제로 모든 해당 환자군을 치료하기엔 분명 재정적인 제한이 따른다. 국내 유전적 특성상 인터페론에 치료효과가 좋은 환자군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HCV 유전자형 2형은 인터페론에 치료성적이 좋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차세대 DAA로 다클라타스비르와 아수나프레비르가 최근 국내에 첫 진입을 마쳤지만, 정작 적응증이 되는 유전자형 1b형 환자들에서도 이들 약물에 반응이 좋은 경우는 따로 있다"며 "나머지 환자에선 여전히 인터페론의 사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형 2형 및 3형 인터페론 유지전략 '유효'
현재 인터페론 제외요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인 것 만큼은 분명하지만, 인터페론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지적이다. 아직 근거가 충분히 쌓이진 않았기 때문에 약물 내성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지켜볼 문제라는 것.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C형간염 치료전략이 DAA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논란은 일부 유전자형에 국한된다. 1형부터 6형까지의 HCV 유전자형 분포 중 국내에 가장 많은 유전자형은 1b형(61%)으로, 2형(36%)에 이어 3형이 세 번째를 차지한다.
결국 유전자형 2형의 일부나 3%도 안 되는 3형에선 인터페론의 사용이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개정된 미국간학회(AASLD)와 유럽간학회(EASL)의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도 인터페론 카드를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었다. 유전자형 1형에선 초기 표준치료 옵션으로 페그인터페론이 빠져있지만, 2형 혹은 3형 만큼은 소포스부비르에 페그인터페론을 병용하는 12주 치료전략을 추천한 것.
김 교수는 인터페론의 유용성이 거론된 대표적 연구들을 언급했다. 먼저 FISSION 연구는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콤보요법(12주)을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24주)과 비교한 3상연구로 참여자 대부분이 유전자형 2형(28%),3형(72%) 환자들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유전자형 3형에선 페그인터페론 병용전략이 12주차 지속바이러스반응(SVR 12)이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간경화가 없는 환자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Lawitz E. et al. N Engl J Med. 2013;368:1878-1887).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효과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소포스부비르 콤보치료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에서도 인터페론의 추가적 사용에는 분명한 혜택이 따랐다.
유전자형 2형과 3형을 대상으로 진행된 VALENCE 3상임상에선 24주간에 걸친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병용요법은 간경화가 없는 유전자형 3형 환자에서 SVR이 90%를 넘어서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이전 치료에 실패한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한 LONESTAR-2 연구에선 이들 치료전략에 페그인터페론을 추가하자 간경화 유무에 상관없이 높은 치료효과를 유지했던 것이다.
◇C형간염 '완치' 개념, "현재의 약가 잡기 vs 추후 의료 투입비용 관건"
간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에 따르면 C형간염은 이제 완치의 개념으로 돌아선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인터페론 치료제와 비교되는 신약의 가격적인 비용 부담 부분이다.
현재 약물 비용효과 분석은 둘로 갈린다. 당장은 비싸지만 치료효과를 완치에 가깝게 95%까지 끌어올린 차세대 DAA를 사용하는 것이 추후 의료비용 투입에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70%의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기존 치료제들을 사용했을 때, 치료에 실패한 나머지 30% 환자에서 소요되는 의료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
하지만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현재의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김 교수는 "결국 지금의 가격만 가지고는 차세대 DAA의 적극적인 사용을 강요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예산이 한정된 나라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언급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경구용 DAA의 등장으로 인터페론 주사제가 처방권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의 간학계 역시 인터페론 유지요법(saving regimen)에서 제외요법(free regimen)으로 인터페론의 사용을 점차 줄여가는 추세기도 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약물 임상 데이터들만 비교해 봐도 기존 치료제인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보다 인터페론을 제외하고 DAA만을 사용한 콤보치료가 효과나 안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해외의 경우 유전자형 1형의 경우 소포스부비르와 레디파스비르를 병용한 하보니를 사용한다. 또 유전자형 2형에선 소포스부비르 단독치료를 하는 고려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유전자형 2형의 경우는 인터페론의 사용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국가마다 경제성 평가분석이 다르기 때문에 사정을 잘 따져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이 여전히 표준치료법으로 사용된다"며 "더욱이 이들 DAA 단독요법에도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일부 환자에는 인터페론이 꾸준히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전적 특징상 인터페론에 반응이 상대적으로 좋은 IL28B CC형이 90%에 가까운 분포를 보이고 있어 더 그렇다"고 말했다.
◇효과와 안전성 우선 고려, 약가 그 다음이라지만…
무엇보다 치료제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용 효과다. 김 교수는 "효과 판정에 척도가 되는 SVR이 9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고, 낮은 독성과 높은 내약성을 보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며 "여기에 짧은 치료기간과 약물 상호작용이 없고 내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 좋다. 합리적인 약값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인터페론 병용요법의 치료기간은 유전자형 1형에선 48주, 2형과 3형은 24주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치료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차세대 DAA는 현재 유전자형 1b형을 적응증으로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꼽은 다클라타스비르(다클린자) + 아수나프레비르(순베프라)를 비롯 지난 10일 길리어드의 소포스부비르(제품명 소발디)까지 허가를 받았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