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부산)] 동화 같은 이야기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에 선정됐다.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관객들이 개막식을 찾았고 감독과 배우들은 낯선 타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데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고 주인공을 찾기 위해 8개월 간 400명의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영화 ‘주바안’의 감독 모제즈 싱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지난 1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기분이 어땠나.
“모든 게 다 처음이었다. 영화도 처음이었고 레드카펫을 걸어 본 것도, 5천여 명의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9년 동안 만든 영화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화제에 초청된 사실이 나를 매우 흥분시켰다. 레드카펫 행사와 개막식에서 ‘주바안’이 상영되는 것을 보면서 내 꿈이 다 이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꿀 수 있는 최고의 꿈이 지금 다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피곤했지만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잠을 거의 못 잤다. 원래 술을 안 마시지만 소주의 맛도 살짝 봤다. 소주가 독하다고 하는데 인도 사람들에게는 독하지 않다.”
Q.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며 어떤 확신이 있었나.
“7년 동안 각본을 쓰고 2년 동안 프로덕션을 했다. 프로듀서를 맡은 구니스 몽가가 이 영화에 참여한 건 나중이었고 그 전에는 내가 직접 진행했다. 인도에서는 투자자나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뉴에이지 상업영화인 ‘주바안’은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라 힘든 과정을 겪었다. 유명 배우들에게 캐스팅 연락을 돌렸는데 전부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중간에 아주 전형적인 상업영화를 만들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영화의 내용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뒀다. 이야기를 바꾸는 건 거짓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타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Q. 영화를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믿음’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이나 종교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고 다른 것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다. 난 인생에 있어서 믿음을 가장 중시한다. 한 청년이 믿음을 잃었다가 되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메인 테마다. 이것을 꼭 얘기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추구하고 중시하는지에 항상 관심이 많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영화의 후반부에서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며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 맞나.
“정확히 내 의도가 맞다. 전반부에서는 굴차란과 딜셰르가 같은 지방 출신이고 사용하는 언어도 비슷해 관객들은 두 사람이 같은 신념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비밀을 얘기한 다음부터는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굴차란은 사람들을 이용할 줄 알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연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딜셰르는 그때부터 다른 길을 걸어가기 시작해 결국엔 굴차란이 원하는 것을 거절하는 결론으로 흘러간다. 결국 비밀이 밝혀진 이후부터 굴차란은 무신념을 딜셰르는 신념을 상징하게 된다.”
Q. 영화에서 신을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인도의 신이 익숙지 않은데 어떻게 보여주려고 했나.
“이 영화가 종교영화로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종교영화보다 영적 경험할 수 있는 영화로 봐주면 좋겠다. 종교는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 있지만 반대로 영적 경험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감독인 나도 시크(sikkh)교도이고 영화에 시크 음악과 시크 기도가 다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시크교도로서 더 상위의 것을 믿는데 그것이 영적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영적경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런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Q. 배우를 캐스팅하는 기준이 있다면.
“영화에서 캐스팅은 너무 중요하다. 캐스팅이 잘되면 영화의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주바안’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8개월 동안 400명의 오디션을 봤고 그 결과 찾은 배우가 비키 카우샬이다. 캐스팅을 한 번 잘못하면 영화 전체를 망치기 때문에 많은 공을 들였다.”
Q. 한국과 합작 영화를 찍어볼 생각은 없나.
“한국의 시나리오 작가와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한국 작가들은 전형적이지 않고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발리우드 영화처럼 음악이 들어가 있는 형식은 아니지만 드라마나 액션 장면, 안무가 굉장히 음악적이라서 좋다. 그래서 한국영화가 좋고 한국 영화인들과 같이 협업하고 싶다. 다음 작품이 테러와 사랑, 음악에 관한 작품인데 참고할 한국 영화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 하하”
Q.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같은 것을 반복하는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 늘 새로운 장르를 탐구하고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찾아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번 예측 가능한 영화를 만들면서 안주하기보다 나를 놀라게 만드는 영화를 찍고 싶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한 감독이 되고 싶다.” bluebell@kukimedia.co.kr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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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힘찬 기자 jhc23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