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현아 만나 싸인 받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무슨 일이?

“36살 현아 만나 싸인 받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5-10-06 02:0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ㅋㅌ 번이 공책 5권 후기입니다. 36살 현아 만나서 싸인 받아왔습니다.”

“스크 ㄱㅂ 공책 5권 후기. 현아 보러 갔지만 표인봉씨만 계셔서 51번 욕 먹고 싸인 25장 받았네요. 공책 5권은 ㅌㅂ로 주신다네요.”

“르그 번이 G4. 갤6엣지 당일 표인봉 형님 42개 주셔서 현아 20번 만났고요. G4 표인봉 형님 37개 주셔서 현아 5번 만났네요. 공책 5님은 표인봉 형님 42개 주셔서 현아 29번에 만나랍니다. 욕음제는 68이고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IT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암호문’ 같은 후기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일부 유통망들이 소리없는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암호문을 해독하면 다음과 같다.

“KT 갤럭시노트5 번호이동하면서 36만원 현금완납 후기입니다.”

“SK텔레콤 갤럭시노트5 기기변경 후기입니다. 5만1000원 요금제로 25만원 페이백 받았네요. 단말기는 택배로 준답니다.”

“LG유플러스 갤럭시S6 페이백 42만원 받아 현금완납 20만원에, G4 페이백 37만원 받아 현금결제 5만원에 번호이동 했네요. 갤럭시노트5는 페이백 42만원 받고 현금완납 29만원으로 개통하랍니다.”

이를 보면 일부 유통점에선 여전히 불법보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폰 판매업자가 소비자인 척 가장해 후기글을 올려 정보를 흘리는 경우와 네티즌이 관심을 받기 위해 허위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 전부터 불법보조금 지급 유통점에 대한 위치 정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은어로 공유돼 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는 ‘공책 5권’ 갤럭시S6는 ‘수육’ LG전자 G4는 ‘쥐 포’ 페이백은 ‘표인봉’ 현금완납은 ‘현아’ 등으로 표기됐고 51번 욕을 먹었다는 표현은 51요금제에 가입했다는 뜻이다. ‘좌표’는 페이백을 지급하는 유통점의 위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암호문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오고 있다. 같은 기간 해당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서울에선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불법보조금 유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테크노마트에서 발품을 팔아 페이백을 받고(또는 받는 조건으로) 번호이동 또는 기기변경을 한 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암호문을 올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평소 30만원 수준이던 유통점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최대 50만원 수준까지 늘었다. 리베이트가 높아지면 유통점들이 리베이트 일부를 페이백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유통점들은 방통위의 감시를 피해 몰래 페이백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도 갤럭시S6·엣지, 갤럭시 A5, 갤럭시 노트4·4S, LG전자 G3 등의 공시지원금을 상한선인 최대 33만원까지 올리고 최저 요금제의 공시지원금도 10만원 정도 올리며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SK텔레콤 가입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동안 총 1만9335명 줄어든 반면, KT 가입자는 1만19명 LG유플러스 가입자는 9316명 증가했다.

다만 이 기간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72건으로 정부가 시장과열 기준으로 보는 하루 2만400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단통법 이후 기기변경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방통위가 추석 직후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하면서 우려했던 ‘대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암호문을 올리는 작성자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며 “커뮤니티 글을 토대로 이통사가 과다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고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페이백을 받고 구매한 소비자가 있는지, 또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낚시글인지, 시장 과열 목적의 허위글인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 운영하는 전문모니터링 조사단을 통해 단말기 유통법을 위반한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120명이 넘는 전문조사원으로 꾸려진 조사단은 주말에도 현장방문과 전화통화, 인터넷 커뮤니티 서치를 실시했다.

신종철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과장은 “일부 유통망의 은어를 이용한 불법보조금 지급은 항상 있는 문제였고 영업정지 이후 빈도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어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에도 방통위 직원이 살피는 등 꾸준히 현장조사를 다니며 불법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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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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