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가격 부풀린 후 할인해주는 척”… 제조사·이통사 리베이트 관행 공정위 신고

“단말기 가격 부풀린 후 할인해주는 척”… 제조사·이통사 리베이트 관행 공정위 신고

기사승인 2015-10-07 04:35: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참여연대는 휴대전화 제조 2사(삼성전자·LG전자)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정부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6일 “이들이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해주는 것처럼 리베이트를 지급해 소비자를 부당 유인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대리점·판매점에 지급하고 있는 리베이트 규모를 볼 때 단말기 출고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감에서 최원식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이 가트너(Gartner)사의 국제단말기가격조사자료를 기초로 2011~2014년 OECD 29개 주요국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변동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일반폰 세계 1위 고급폰 세계 2위로 휴대전화가 가장 비싼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호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 자료에서도 2015년 4월 출시한 갤럭시S6(32GB)의 국내 가격은 미국, 일본 등 해외 9개국 평균 판매가보다 4% 비쌌으며 미국보다는 21% 높았다.

최민희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 지급한 리베이트는 총 8018억원(한 달 평균 890억원)에 달했다”며 “단순계산하면 휴대전화 당 14만원 가량의 출고가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자료들을 근거로 제조 2사와 이통 3사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할인을 받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단말기 가격을 부풀린 후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공시지원금의 상한선을 정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제조사와 이통사는 단말기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지급하고 있는 리베이트 규모가 총 2조8289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 금액을 통해 통신비 인하에 이바지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을 부당하게 유인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휴대전화 보조금을 둘러싼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2012년 당시 공정위는 팬택을 포함한 제조 3사와 이통 3사에게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반영해 단말기의 공급가 또는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고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이동전화 단말기를 할인받아 실제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켜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시정명령했다. 또 수십억원에서 백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각사에 내렸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단통법 또한 업계의 관행이 된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개선해 단말기 가격 하락 및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분리공시제 도입 무산 등으로 가계 통신비 절감보다는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만 크게 줄여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이통사 각각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과 약정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로 단통법 도입 당시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와 기획재정부 등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돼 시행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반쪽자리 단통법’이라는 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소비자가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제조사 지원금에 대한 부분까지 위약금으로 내야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이통사의 약정 지원금과 달리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은 단말기의 1회성 구매 행위에 대한 지원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위약금 체계에선 소비자가 판매장려금까지 반영된 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이것 또한 분리공시제가 반드시 시행돼야 할 이유로 꼽았다.

참여연대는 마지막으로 “3개사 합산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는 기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모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이통사 주요 서비스 가격이 비슷한 점 등을 보면 담합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만큼 공정위가 대대적인 조사를 시행해야하며 미래부와 방통위도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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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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