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우주에 간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관객들이 매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는 이유도 지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주에서는 일상처럼 벌어지기 때문이다. 산소도, 중력도 없을 뿐 아니라 기압도 온도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밖에 생존을 위협할 요소들이 너무도 다양해서 우주에서 위험에 처한 영화 속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드라마가 쉽게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우주 배경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항상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버리는 인물이나 사랑하는 연인,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모성애, 혹은 부성애도 보편적인 정서이기에 관객들이 공감하기 쉬웠다. 그러나 영화 ‘마션(Martian)’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다르다.
‘마션’은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가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시간 동안 화성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영화는 고난과 역경에 처한 와트니의 감정 변화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관찰하지 않는다. 와트니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낼 시간에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하는 인물이다. 화성에 혼자 남은 첫날 밤, 그는 일상을 기록하는 카메라를 향해 혼자 남겨진 상황의 막막함을 토로할 뿐 주저앉아 울지 않는다.
다음날부터 와트니는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간다. 다행히 그는 식물학자이고 다행히 우주 기지에는 감자가 있으며 흙과 인분도 충분하다. 수소와 산소를 마련하고 동료의 짐 속에 있던 소지품으로 불을 피워 화성에서 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와트니는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곧바로 실천한다. 어렵게 만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감자를 씹으며 앞으로 남은 식량을 계산한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방사선이 나오는 플루토늄 덩어리를 캐내고 NASA와 통신하기 위해 활동을 멈춘 화성 탐사선을 찾아낸다. 와트니에게 가장 불행한 일은 왜 그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아니라 선장이 남긴 80년대 디스코 음악 밖에 들을 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항상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은 와트니라는 인물에 개성을 부여한다. ‘누구라도 우주에서는 그럴 것’이라는 기존 우주 배경 영화들의 전제를 깨고 ‘나는 이렇게 살아남는다’는 와트니만의 방식을 구축한다. ‘닐 암스트롱, 당신보다 내가 낫죠?’라는 와트니의 극 중 대사는 기존 우주 영화와 다르다는 ‘마션’의 선언이다.
‘마션’이 다른 우주 배경 영화가 아닌 ‘캐스트 어웨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분명 우주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우주라는 공간 특유의 절망과 위험을 와트니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상쇄시킨 덕분이다. ‘마션’을 두고 ‘삼시세끼-화성편’, ‘화성에서 찍는 나 혼자 산다’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마션’의 포스터에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배경을 가득 채운 맷 데이먼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고 다시 포스터를 본다면 와트니의 자신만만함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영화 담당자가 ‘마션’을 본다면 ‘액션, 어드벤처, SF’라고 적힌 장르 소개에 ‘코미디’를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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