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돌연변이’ 누가 이광수를 생선인간으로 만들었나

[쿡리뷰] ‘돌연변이’ 누가 이광수를 생선인간으로 만들었나

기사승인 2015-10-15 15:26: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주인공 박구(이광수)의 꿈은 소박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좁은 고시원 방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박구는 돈을 벌기 위해 30만원을 받고 생동성 시험에 지원했다가 생선인간이 되는 부작용을 겪는다. 꿈과는 정반대로 누구보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이다. 영화는 박구가 겪는 어려움과 절망, 좌절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박구를 둘러싼 주변인들과 한국 사회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박구의 주변인들은 각자의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에 따라 박구를 제약회사에 팔아넘긴 여자친구 주진(박보영)을 비롯해 아들의 소식을 듣고 한 몫 챙기고자 서울로 올라온 박구의 아버지(장광), 소수의 인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박구의 변호를 자처한 김 변호사(김희원), 부작용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에서 개발 성과를 자랑하는 변박사(이병준)까지 박구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싶어 유일하게 박구의 얘기를 들어주는 상원(이천희)마저도 정규직 기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모두를 속이고 박구의 주위를 맴돈다.

박구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박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 박구’가 아닌 ‘생선인간’을 뉴스거리로, 캐릭터 상품으로, 청년 세대의 상징으로 마음껏 소비할 뿐이다. 박구를 생선인간으로 만든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마저 언론은 변박사가 개발한 단백질 음식이 미래 식량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이슈에 주목한다. 나중에는 오히려 박구에게 보상금을 타기 위해 국가 발전의 기회를 방해한다는 이미지가 씌워져 종북 딱지가 붙고 사회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돌연변이’는 박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신없는 사건들을 통해 구조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모습을 그린다. 어딘가 이상한 사회의 구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이는 건 박구의 존재뿐이다. 뭔가를 선택하지도 잘못하지도 않은 피해자인 박구를 향해 주변 사람들과 사회는 마음대로 그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박구가 원하는 건 머물 장소와 물,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것 정도다. 그 이상함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거리를 걷다가 지쳐 앉아 있는 박구가 핸드폰 매장 앞에서 생선인간 탈을 쓰고 신나게 춤을 추는 알바생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박구는 자신을 흉내 낸 탈을 쓴 알바생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화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점은 아쉽다. 황우석 사태와 세월호 유가족, 청년 실업 등 영화를 보다 보면 다양한 한국 사회의 이슈가 떠오르지만 하나로 잘 엮이지는 않는다. 감독의 말처럼 ‘돌연변이’는 한 편의 우화로 볼 수도 있지만 더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야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난다.

‘아시아 프린스’로 불리는 배우 이광수의 얼굴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지만 덕분에 그의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박보영의 톡톡 튀는 연기는 눈에 띄고 이천희는 홀로 안정감 있게 영화를 이끌어간다. 오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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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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