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국내 중환자실의 경우 입원 환자의 상태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해당 질환 진료과 의사를 호출하거나 당직 서는 레지던트에 환자를 맡기는 실정이다. 중한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곳이 중환자실인데, 이를 지켜줄 전담의가 없다는 현실은 모순이다.
대한병원협회 조사결과 국내 600여개 병원 중 중환자실 전담의를 둔 병원 4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올해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에 전담의사를 1명 이상 둬야한다는 새 조항이 의료법에 추가되면서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 8월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중환자진료의 문제점을 공개한 바 있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 2009년부터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 제도를 운영해 중환자를 전담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이외에 중환자실에 전담의를 둬야한다는 내용의 의료법상 강제조항이 없어 전문의가 배출돼도 당직 레지던트가 중환자실을 맡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중환자실 운영실태에 대해 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1명이서 하는 축구경기를 2~3명 선수들이 뛰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선진국의 종합병원 중환자실은 중환자실 전문의, 그를 돕는 전공의, 중환자실 전문 간호사, 호흡치료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전문 약사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피곤해 있는 당직 레지던트를 호출하는 일도, 간호사 한 명이 10명의 환자를 돌보는 일도 없다. 국내 중환자의학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중환자실의 전문인력 부족은 고스란히 사망률에 악영향을 준다.
국내 중환자실 평균 사망률은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 전담의를 두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여러 동일 질환 군에서 사망률이 약 2~2.5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학술대회 기간 동안 집중 조명됐지만 현실을 개선할 관련 정책입안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2병상 이상 갖춘 중환실의 경우 중환자 전담의를 반드시 둬야한다는 내용의 시행규칙과 인력 보존을 위해 그에 맞는 건강보험수가를 적용해야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이사는 “복지부는 병상 1개당 1명의 전문의 배치시 하루에 2만9560원의 가산료를 병원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환자실은 1명의 중환자를 돌보기 위해 여러 전문 인력이 팀을 이뤄 환자치료에 나선다”며 “인건비 보상이 재설계돼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환자실 전담의의 자격 조건과 한 명의 전담의가 몇 명의 중환자를 맡을 것인지 등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환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사망했다면 그것은 중환자진료체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중환자실의 높은 사망률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일시적인 사회적 이슈화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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