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내부자들’ 왜 외부자들은 그리지 않았나

[쿡리뷰] ‘내부자들’ 왜 외부자들은 그리지 않았나

기사승인 2015-11-09 18:24: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을 설명할 때마다 ‘윤태호 웹툰 원작’이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 뿐 아니라 윤태호 작가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높다는 얘기다. 이미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와 ‘미생’은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되며 호평 받은 바 있다.

‘내부자들’은 유력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와 재벌 기업 오회장(김홍파),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를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가 배신당해 복수를 계획하는 영화다. 빽 없고 족보도 없는 지방대 출신이라 늘 승진에 실패하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정의를 위해 안상구에게 손을 내밀고 결국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정치 스캔들을 터뜨리지만 권력의 힘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 미완성 웹툰이기 때문이다. 2010년 한겨레에서 연재를 시작한 ‘내부자들’은 2012년 73회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연재가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영화 ‘내부자들’은 73회 이후부터 결말까지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물론 작품을 ‘완성’시켜내야 하는 과제를 제작 전부터 떠안고 있었다. 얼마나 빈 공간을 잘 채워서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밀어붙였는지의 여부가 ‘내부자들’을 졸작, 혹은 걸작으로 만들 기준이 된다.

위험한 도박을 굳이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일까. 우민호 감독은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의 뒷부분을 무난한 ‘영화’로 완성시켰다. 복수극이라는 커다란 줄기를 따라가며 촘촘히 얽혀있는 대한민국 권력 사회의 모습을 드러냈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복수극 그 자체에 집중한다.
날카롭게 그려진 한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사라지고 안상구와 우장훈, 두 사람의 이야기로 좁혀진다. 덕분에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는 높아지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는 뭘 위한 영화인지 의문이 떠오른다.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내부자들’을 닫힌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속 현실이 영화 밖 실제 현실을 연상시키기보다 그저 영화 같은 이야기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권력과 맞서 싸우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베테랑’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지하 깊숙한 곳의 클럽 VIP룸에서 수많은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서울 명동 한복판으로 끌어내는 영화라면, ‘내부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딘지 모를 밀실에서 사건이 시작되고 봉합되는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강희에 의해 ‘개, 돼지’로 표현되는 일반 시민들이 등장함에도 핸드폰을 통해 사건을 확인할 뿐 어떤 감정이나 변화도 드러내지 않아 공감할 여지가 없다. ‘베테랑’에서 관객들이 ‘아트박스 사장’에게 이입해 시원함을 느꼈던 것과는 다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사건 ‘내부’에 있던 안상구가 세상 밖 ‘외부’로 나와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했음에도 싸늘한 반응이 돌아오는 장면이다. 여러 번의 고민과 합의 끝에 어렵게 안상구와 우장훈이 뜻을 모아 펼친 역공은 ‘진실’이지만 내부의 진실이 외부의 일반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윤태호 작가가 ‘내부자들’을 만들 때 키워드로 적어뒀다는 ‘모든 균열이라는 것은 내부의 조건이 완성시킨다’라는 문장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배우 이병헌을 비롯해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촬영 중 ‘50억 협박녀 사건’이 터져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는 이병헌의 연기가 단연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에 쉴 틈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나리오와 달리 유머러스한 연기를 펼쳤다는 이병헌의 해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오는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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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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