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혈액 정화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한 병원의 위험한 시술

[k-이슈추적] 혈액 정화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한 병원의 위험한 시술

기사승인 2015-11-18 10:27: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당신 몸의 피를 정화시켜 새 피로 바꾸면 질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피를 뽑아 정화시킨 다음 혈액을 몸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이른바 ‘혈액정화요법’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시술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시술이라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혈액정화요법 치료비는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에 달했다. 환자들은 이 치료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노화방지, 뇌졸중 예방 등에 효과가 좋다는 말에 현혹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실제 혈액정화요법 시술을 받아 효과를 받았다는 김미자(가명?세)씨의 치료 경험담을 들어봤다. 2014년 4월 집에서 청소를 하다 갑자기 쓰러진 김씨. 그는 응급실에 남편과 함께 들렀다고 했다. 혼수 상태였던 김씨는 뇌졸중이 의심돼 급히 응급실에서 CT와 MRI 촬영을 했는데 별다른 이상 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응급실에서 몇 시간 지나 증상이 호전이 됐고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어 귀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물 밑에 가라앉는 기분처럼 머리가 멍했다”며 “이러한 증세를 고쳐보고자 혈액순환제나 오메가3를 먹어도 호전이 없었다. 이후 혈액정화요법에 대해 알게 됐고 병원에 들러 약 4시간에 거쳐 피를 뽑아 혈액을 정화하는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술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실제 취재 결과, 이 병원은 환자의 팔이나 대퇴부, 목에 2개의 주사를 꼽고 주사 2개를 이용하여 하나를 통해서는 탁한 혈액을 혈액 정화기로 보내고, 나머지 하나를 통해 정화된 혈액을 다시 몸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시술을 시행하고 있었다. 시술 시간은 약 4시간에 거쳐 진행됐다. 김씨는 “목에 관을 삽입하고 투석기를 이용해 약 4~5시간에 거쳐 피를 뽑아 정화시킨 뒤, 다시 정화시킨 피를 내 몸에 맑은 피를 넣는 시술을 받았다”며 “시술을 받은 후 머리가 멍해진 게 나아진 듯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과 올해 2번에 거쳐 이 병원에서 혈액정화요법을 받았고 비용은 약 400만원을 들였다. 그는 시술 효과가 좋다고 여겨져, 주변에도 시술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신장 투석환자들에게 쓰이는 시술이 일반인들에게도 나쁠 이유가 없지 않겠냐”며 “일각에선 위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위험한 시술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실제 부산의 A병원에서는 이 혈액정화요법을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 동맥경화 유발물질, 노화물질, 각종 바이러스, 중금속 등 해로운 노폐물을 걸러내는 요법이라고 정의했다. 혈액정화요법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질환도 다양했다. 뇌졸중 치료 및 예방, 심근경색 치료, 혈관성 치매, 천식과 아토피 개선, 발기부전 개선, 뇌졸중, 시력이 좋아지고 망막 질환이 개선 등이 있다. 이 병원은 혈액정화요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노화 및 식생활 영향으로 혈액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 혈액이 탁해지고 끈끈해져 우리 몸 미세혈관까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어렵게 된다. 혈액을 맑게 하여 뇌졸중, 관상동맥질환을 개선하게 하는 것이 이 요법"이라고 홍보했다. 이 병원 뿐 아니라 서울,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1회당 200~500만원하는 고가의 검증되지 않은 혈액정화요법을 버젓이 시행중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렇다면 혈액정화요법은 왜 위험한 시술일까. 한 신장내과 의사는 “혈액 투석은 콩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술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라며 “피를 걸러내서 외부로 보내고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혈액이 재주입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통과할 수 있고 혈소판, 혈구 세포들이 깨지면서 각종 감염 및 부작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한 콩팥을 가진 사람이 외부에서 피를 걸러내어 다시 피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도 없고, 혈액정화요법이 뇌졸중 등 각종 질병에 좋다는 것에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혈액정화요법 시술은 의료법에 위배될까. 이에 대해 노환규 의협 전 회장은 “의료법에 위배되지는 않으나 의료 윤리에 위배될 수 있다.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시술을 감행할 경우 결국 피해는 환자 몫이 된다”며 “변호사에게도 윤리에 저촉되는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징계권이 있듯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기구를 만들어 윤리에 위반되는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징계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만약 해당 시술이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 시술이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제 해당 시술은 치료 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돼 신의료기술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더불어 병원이 검증되지 않은 시술에 대해 임의 비급여를 하여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부당하게 받을 경우 불법적 소지가 있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해당 병원이 불법 의료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법에 위배되는 지 여부, 임의비급여로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지를 조사 중이다.


한편, 이러한 고가의 위험한 시술이 버젓이 행해지는 이유를 두고, 노 전 회장은 “의사들이 저수가로 인해 수익 보전을 하기 어렵게 되자 일명 ‘돈 되는 시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부수입을 위해 의사들이 직업윤리에 도전을 받으면서까지 위험한 시술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고,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등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itamin@kukimedia.co.kr
vitamin@kukimedia.co.kr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