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단 한 곳도 없었다. 1센트를 제시한 한 구단만 있었어도 진행이 가능했을 포스팅 절차는 무산됐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이렇게 끝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에게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단계에서 종료됐다.
현재 손아섭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있다. 손아섭은 입소 전 “마음은 무겁지만 결과가 기대도 된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롯데 구단 고위 관계자는 “좋지 않은 결과가 발표되고 군의 협조를 받아 손아섭과 연락이 닿았다. 선수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침통함을 감출 길이 없다. 선수는 오죽하겠나”라며 “‘마음 다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손아섭도 담담한 목소리로 상황을 받아들이며 ‘괜찮다’며 ‘(황)재균이 형 포스팅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초 손아섭은 2010년부터 6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이고 KBO 현역 타율 1위라는 점에 힘입어 메이저리그 구단 노크가 유력시됐다. 당장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물망에 올랐고 100만~500만달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포스팅 액수가 예측되기도 했다. 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나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포스팅 금액으로만 1285만달러를 제시받은 박병호 사례도 긍정론의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의 결과는 허무했다.
손아섭 실패를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애초 타율 말고는 다른 분야 능력이 애매했는데 주변에서 너무 환상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포지션이 외야수인 교타자는 마이너리그에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손아섭은 코너 외야수로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가능한 강정호나 박병호에 비해 장타력이 우월하지 못했다. 설령 손아섭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포스팅 절차 대신 비슷한 수준의 자유계약선수(FA)를 택하는 편이 구단 입장에선 훨씬 낫다. 내년 전력을 구성하는 윈터미팅 전에 나선 자신감은 좋았지만 손아섭만한 외야수는 윈터미팅 이후에도 FA로 곧잘 남아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은 상반된다. 손아섭을 조롱하는 반응과 격려하는 의견이 혼재돼 있다. KBO 망신이라는 냉소론도 있다. 두산 베어스 김현수가 혹시 FA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손아섭은 포스팅 절차 때문에 기피했을 것이라는 논리도 나온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정작 손해는 크지 않다. 일단 과거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했던 SK 와이번스 김광현이나 KIA 타이거즈 양현종 등은 성적 보상과 위로 차원에서 거액의 연봉 상승을 이뤘다. KIA 윤석민도 메이저리그 좌절 뒤 국내로 유턴했지만 결과는 4년 90억이었다. 롯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FA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해도 된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시 전력의 큰 누수가 발생할 뻔 했던 롯데 입장에선 표정 관리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