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윤종신이 변화무쌍한 가요계를 버텨오기까지… 180만명 아우르는 자체 유통망 구축

[이 형 내거] 윤종신이 변화무쌍한 가요계를 버텨오기까지… 180만명 아우르는 자체 유통망 구축

기사승인 2015-11-25 00:10:5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가수 윤종신은 애초 자수성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룹 015B 객원 싱어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조력자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뮤지션이었다. 정석원은 물심양면으로 데뷔를 도왔고 숱한 히트곡을 선사했다. 유희열은 정석원 역할을 이어받았고 하림과 조정치는 ‘노예’를 자처했다. 이승환과 김장훈, 성시경, 이근호, 정지찬 등은 절대적인 동지적 관계다. 그렇게 윤종신은 가수와 작곡가로 흥망성쇠를 견뎌왔다.

그렇게 20년 동안 잘 살다가 변화가 온 것은 2010년 3월. 곡도 안 쓰고 노래도 안 부른다는 이유로 골수 팬들에게 초심을 잃었다고 거듭된 비판을 듣던 어느 날이었다. 12집 앨범을 준비하던 윤종신은 열 곡 남짓이 담긴 정규 앨범이나 다섯 곡 내외의 미니 앨범을 출시하는 가요계 관행을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한 달에 한 곡씩 발표하고 이를 소셜미디어로 홍보하기로 했다.

이달 17일 열린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윤종신은 “대형 포털과 음원 판매업체가 장악한 음악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앨범을 내기 2~3개월 전부터 거금을 들여 사전 영상을 만들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홍보를 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투자를 해도, 앨범을 출시하고 1시간 안에 음원 인기 순위에 오르지 못하면 끝이다. 몇 달 지나면 대중의 관심도 사그라든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곡을 발표하되, 뮤직비디오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작하고 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노래를 홍보하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당시를 소회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윤종신이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프로젝트를 벌이는지 주목한 이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대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 가요계 중론이다. 그는 트위터 팔로워 86만명, 페이스북 좋아요 48만번, 인스타그램 팔로워 7만명을 활용해 매달 한 곡씩 ‘월간 윤종신’을 선보였다. 그렇게 6년에 걸쳐 이달까지 나온 곡이 70여곡에 달한다. 아예 별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월간 윤종신’ 구독자 33만명과 유튜브 구독자 5만명을 얻었다. 한 곡을 내놓으면 무려 180만명에게 전파되는 독점적인 유통망을 구축한 셈이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흐름인 싱글 시장을, 그것도 매달 선보이는 윤종신은 “매달 곡을 발표하고 잡지를 발행하는 건 인생에 걸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음악 활동을 하니 점점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더라. 최근 ‘월간 윤종신’을 알게 된 새로운 독자들도 첫 회부터 찾아 음악을 듣더라. 디지털 시대에는 온라인상에서 아카이빙(자료 보존)이 가능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매달 곡을 내놓다보니 일종의 시의성도 생겼다. 그때그때 사회 분위기에 걸맞는 곡이나 계절에 맞는 노래가 나왔다.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도 있었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에는 곡 홍보성 글이 아니라 최근에 한 생각이나 곡에 대한 설명, 잡지를 만들면서 겪은 일화들을 담는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제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구독하게 된다”며 “단순한 팬의 관심은 언젠가 사그라들고, 그래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팬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자기 취향을 희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생각이나 취향, 성향이 맞아 (창작자에게) 관심을 가지면 오래 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작정 아이디어로만 장사를 할 수는 없는 것. ‘월간 윤종신’ 수익은 어떨까. 윤종신은 “꾸준히 곡을 내다보니 2년 전 발표한 노래에서 음원 수익이 생기거나 예전에 낸 곡이 리메이크되고, 뮤직비디오의 누적 시청 건수가 늘어났다”며 “그동안 쌓은 콘텐츠가 기반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과 물량, 시간이 들어가는 앨범 제작 과정이 버거워 내놓은 궁여지책은 이렇게 하나의 가요계 족적이 됐다. 소위 인스턴트 음식에 비견될 정도로 악상이 떠오르자마자 빠르게 작사·작곡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비상한 기술은 매달 싱글, SNS 홍보, 모아서 앨범, 보존해 박물관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방송 활동을 겸한 수익은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설립으로 이어졌다. 소속사 가수들의 활동과 야외 페스티벌 공연, 인터넷방송과 제휴 등 차츰 안정된 기반을 축적해가고 있는 이 회사는 추후 상장이 유력시 된다는 평가다.

고 신해철 1주기를 맞아 지난달 추모곡 ‘고백’을 내놓은 윤종신은 24일 ‘월간 윤종신’ 11월호 ‘연습생’을 내놨다. 그가 작사하고 정석원이 작곡·편곡한 이번 신곡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연습생에 대한 노래다. 오로지 대중 앞에 설 그 날을 위해 사랑보다는 꿈을 택한 연습생들의 다짐과 마음을 담았다. 노래 제목답게 자신의 소속사 연습생이 보컬에 참여했다. 그의 이름은 Y.E.T, 글자 그대로 ‘아직’이라는 의미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예명이다. 어쩌면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가 더 어울릴법한 윤종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도 아직인지 모르겠다.

△코너명: 자랑할 이, 형 형, 어찌 내, 횃불 거.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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