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신생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Hypoxic -ischemic encephalopathy·HIE)의 유일한 치료법인 저체온치료법을 출생 후 1시간 이내에 시행하면 생존률을 높이고 후유증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생아 저체온요법은 출생 후 6시간 이내에 시작해야만 치료효과가 있는 데 출생 후 초기에, 특히 생후 1시간 이내에 시작할수록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이번 논문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은 초반 시간인 골든타임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신생아-산모 집중치료센터 성인경(센터장) · 윤영아(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저체온 요법의 적응이 되는 신생아를 1시간 내에 저체온요법을 하는 경우를 조기 저체온요법군, 1시간 이후에 시행한 경우를 후기 저체온요법군으로 정의하고 이 두군 간의 입원 시 예후를 비교했다.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입원하여 치료한 70명의 신생아 중 49명이 저체온요법을 받았으며, 이중 20(41%)명은 조기 저체온요법, 나머지 29(59%)명은 후기 저체온요법을 받았다.
입원 시 신생아 경련의 빈도와 뇌파검사 상 이상소견의 발생 빈도는 조기 저체온요법군이 45%, 후기 저체온요법군이 72.4%로 조기요법군에서 의미있게 낮았다. 입원기간이 6일 이상 증가하는 정도도 조기 저체온요법군이 45%, 후기 저체온요법군이 72%로 조기 저체온요법군에서 의미있게 적었다.
저체온요법은 심정지로 산소공급이 중단된 후 심장활동이 회복되었으나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어 혼수상태를 보이는 성인환자에게 2차적인 뇌손상을 줄여 환자의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증명된 유일한 치료법이다.
성인 대상 저체온요법은 심정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된 환자의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한 후 서서히 체온을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1997년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박규남 교수팀이 국내에 도입한 이후 성인의 저체온치료법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왔지만,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생아 저체온요법은 심정지 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인과는 다르게, 출생 후 혈류저하로 인한 순환장애 등으로 허혈성 뇌증상을 보이는 재태기간 35주 이상의 신생아에게 적용한다. 저체온을 유지하는 정도 및 기간도 성인과는 달라, 체온을 34.5도로 낮춰 72시간 동안 치료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2010년부터 2기 이상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진단된 신생아에게 저체온요법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위험군이나 의심이 되는 신생아는 출생 직후부터 비디오뇌파검사로 실시간 경련 발생 유무를 모니터링하고, 뇌기능을 평가하여 겉으로(임상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경련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을 보이는 신생아는 전신의 다른 장기계통에도 심각한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소아심장, 소아신경 등 여러 전문의료진들의 협진이 필수적이고, 고빈도인공호흡기, 특수 순환보조장치 등 고난이도의 의료행위가 동반돼야만 한다.
신생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진단되는 빈도는 1,000명의 출생아당 1.5명이다. 사망률이 15~25%에 이르고, 생존하더라도 약 25%는 뇌성마비, 간질, 발달장애, 청각장애 등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질환이다.
더욱이 신생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며, 관련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원인도 매우 다양하여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에 방해가 되고 있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장 성인경 교수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진단된 신생아의 경우에는 출생 6시간이내보다 가능한 더 빠른 시간 출생 후 1시간이내에 저체온요법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가능한 더 빠른 시간에 저체온요법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의 신속한 진단과 함께, 신생아 경기를 확인하고 감별하는 지속적인 뇌파의 모니터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모체-태아-신생아 의학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