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한국 사회가 그렇지만 특히 인터넷은 법보다 상위 레벨인 ‘국민 정서법’으로 움직인다.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십자포화를 맞기 마련이다. 너무 감정적인 기준이라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상수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중 입에 오르내리는 연예인들은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한 번 구설수에 휘말리면 해명 과정을 거치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기 때문이다. 입건은 기억하지만 무죄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배우 신은경은 현재 국민 정서법에 갇힌 상태다. 신은경의 아들을 돌보고 있다는 전 시어머니 인터뷰는 신은경이 아들을 보러 8년 동안 딱 2번 찾아왔다는 단정적인 내용으로 인해 ‘장애 아들 방치’ ‘가짜 모성애’ 논란으로 번졌다. 현재 신은경은 침묵하고 있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출연 중이라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입장을 유보하는 것일수도 있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일 수도 있다. 사실 신은경의 아들 문제는 전 소속사와의 분쟁과 달리 철저히 개인적인 사생활 영역이다. 반드시 설명해야 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그동안 신은경이 아들에 대해 털어놓은 이야기들로 인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돼 배우 입장에서 호감을 얻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은경은 이혼한 다음해인 2008년 11월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모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실제로 4살된 아이가 있다. 출생 10개월에 뇌수종 판정을 받았고 아직도 아픈 상태”라며 “일을 하다보니 잘 돌보지 못했고 (이혼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빠에게 가 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모성을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가 마무리되자 신은경은 감정에 북받친 듯 고개를 떨궜고, 동영상 인터뷰를 취소하고 다른 배우들보다 먼저 자리를 떠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2012년 4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서도 “아이의 병뿐만 아니라 남편의 사업실패 등으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저를 살렸다”면서 “아픈 아이가 있어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정상적이었다면 부모가 너무 부족하다. 조금 늦기 때문에 2~3살의 아이로 순수하게 같이 놀 수 있다”며 “부모가 하자 투성이인데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는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2014년 10월 tvN ‘가족의 비밀’ 제작발표회에선 “한국의 대표 엄마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첫 포문을 이 드라마로 열게 됐다. 큰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신은경은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됐고 자신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본인도 그것에 매우 감사해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쇄도하고 속히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하지만 3일 신은경의 근황은 전날 드라마에서 광기 어린 명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이고, 한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다는 홍보가 전부다. 감정적인 ‘국민 정서법’은 감정적으로 풀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그렇게 사위 마약 논란을 돌파했다. 있는 그대로 담담히 이야기하면 끝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