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배우를 위한 영화는 없다 ‘남자배우 전성시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배우를 위한 영화는 없다 ‘남자배우 전성시대’

기사승인 2015-12-05 09:00: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3일 기준 4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인 영화 ‘내부자들’에 여배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병헌, 조승우 외에도 백윤식,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 김대명 등 이름을 알만한 배우들은 모두 남자입니다. 반면 여배우 박보영과 수지를 원톱으로 내세운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와 ‘도리화가’는 각각 관객수 46만, 28만명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여배우 중심의 시나리오가 적다는 얘기가 자주 들립니다. 지난달 26일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현은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우리나라 영화계에는 남자배우 위주의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정현은 “여자 원톱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시나리오였다”며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개런티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 건 다른 여배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적인 하룻밤’에 출연한 한예리는 지난 1일 서울 팔판길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또 전지현은 지난 6월 22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암살’ 제작보고회에서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찾기 힘들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습니다. 중국 배우 탕웨이마저도 지난 10월 부산 동서대학교에서 열린 인터뷰를 통해 “중국 여배우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왜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은 많지 않을까’라는 말을 한다”며 “그래서 손에 들어오는 모든 시나리오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남자배우 중심이었습니다. 황정민의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김명민-오달수의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김우빈-준호-강하늘의 ‘스물’, 김윤석-유해진의 ‘극비수사’, 김무열-이현우의 ‘연평해전’, 황정민-유아인의 ‘베테랑’, 송강호-유아인의 ‘사도’, 김윤석-강동원의 ‘검은 사제들’, 이병헌-조승우의 ‘내부자들’ 등 남자배우가 주연을 맡거나 여자배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여배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남자배우가 더 부각된 영화들도 있었습니다. ‘암살’은 전지현 원톱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이지만 이정재, 하정우, 조승우, 조진웅 등 다수의 남자배우들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죠. 한효주가 주연을 맡아 홀로 영화를 이끌어간 ‘뷰티 인사이드’ 역시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등 수많은 남자배우들이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반대로 여배우가 중심이 된 영화들은 흥행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혜수-김고은의 ‘차이나타운’, 엄정화의 ‘미쓰 와이프’, 전도연-김고은의 ‘협녀’, 수지의 ‘도리화가’ 등이 개봉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관객수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여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건 할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연구팀은 2007~2014년 연간 흥행 순위 톱 100위에 올랐던 영화 700여 편을 분석한 결과, 출연 배우들의 남녀 비율이 2.3 : 1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 메일 해킹 사건으로 인해 ‘아메리칸 허슬’에 함께 출연한 제레미 레너와 제니퍼 로렌스가 각각 수익의 9%, 7%를 개런티로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남녀배우 간 출연료 차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한 많은 여배우들이 드세다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워 개런티 협상에 적극적이지 못한 여배우들의 현실을 지적했죠.

여배우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흥행 성적까지 남자배우들에게 집중돼 여배우들의 입지는 앞으로 더 좁아질 전망입니다.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점점 없어지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스크린에서 여배우를 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영화계와 관객, 모두에게 손해인 만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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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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