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재판을 했지만 진척은 없다. 유가족은 지쳐간다.

1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하현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은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된 김일곤의 ‘궤변’으로 맥없이 끝났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시 소재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납치된 언니를 허망하게 잃은 유가족 A씨는 이날도 법정에 나왔다. 핏기없는 얼굴, 축 처진 어깨 모두 그대로다.

A는 재판이 있을 때마다 생업을 제쳐놓고 경남 김해에서 서울로 올라온다. 비행기를 타고 내린 후 지하철도 타야 한다. 이번이 세 번째다.

A씨는 “김일곤이 끝까지 언니를 이용하는 느낌이 든다”며 치를 떨었다.

김일곤은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일어난 차량 문제로 시비(쌍방폭행)가 붙어 벌금 50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리고 3차 공판에서 당시 사건 수사 과정에 불합리한 일들을 겪었다고 설명하며 “내 억울함을 밝히는 게 고인을 위하는 길 같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A씨는 “차량시비 문제와 살인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고인을 들먹여 관심과 동정을 받으려 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사건 초반, 신문과 방송에선 김일곤의 유년시절 환경 등이 자주 나왔다. 거기에 차량 시비 문제까지 듣고 나서 잠깐, 아주 잠깐은 ‘인간이 불쌍하다’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일곤이 정말 사람이라면 시신훼손을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에는 시신훼손이 이렇게 심한지 몰랐다. 그러다 방송을 통해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첫 공판에 참석하니 또 다른 사실이 있었다”며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반복해 말했다.

2차 공판 당시 재판부는 유가족에게 발언 기회를 약속했다. A씨는 할 말을 되뇌고 또 되뇌었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준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김일곤 옆에 해당 마트 담당자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 했다. 가족들이 사건 발생 이후 마트에 갔다. 담당자를 마주하고 나서 처음 들은 얘기는 사과나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책임 없다’하면 끝인가 묻고 싶다. 주차 차단기 쪽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사람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도난 사고가 일어나면 끝까지 잘잘못을 따질 마트 측이 유가족에게는 ‘주차장은 우리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현재 해당 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거듭 한숨을 쉬던 A씨는 “전에는 ‘차라리 김일곤이 그냥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냥 빨리 마무리 짓고 조용히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다른 사람들은 김일곤이 징역 사는 줄 안다. 하지만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고 그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족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심정을 누가 알까….”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쿠키영상] '해피투게더' 진보라 "눈 오는 날 김제동 볼 수 있었으면"...'김칫국 마시게 하지 마세요~"

[쿠키영상] 2살 꼬마의 느낌 충만한 자이브 댄스

[쿠키영상] '섹시한 매력 뽐내며'…레이싱 모델 수영복 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