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당뇨와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는 한 환자가 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며, 매일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 심박수는 적당한지를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이 그가 보유한 간편한 스마트시계를 통해 이뤄진다. 이 스마트시계에는 피부를 뚫는 미세입자가 든 통에 가스 파동을 일으켜 작은 핏방울을 내게 하는 ‘바늘없이 피를 뽑는 시스템’(Needle-Free Blood Draw)이 장착돼 있다. 아울러 이 스마트시계에는 하루에 걷는 횟수, 심박수, 체질량 지수는 등 한 개인의 활동량 및 객관적 건강지표를 측정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장착돼 있어 그의 건강상태를 매일 매일 체크할 수 있다. “1시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한 개인의 모든 건강 상태를 수치화한 데이터가 한 손에 든 스마트기기를 통해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등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한 개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보다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앞으로 미래 신(新)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 IT 기업인 구글, 애플, 삼성, IBM 등의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헬스케어 사업을 중점 사업으로 내걸고 의료기기와 연동한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개발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를 융합한 기술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IT 기업은 이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 선두에 있다. 미국 정부의 모바일 헬스케어 규제 완화와 더불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건강관리 기능 상용화에 적극 뛰어들었다.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8 헬스키트를 통해 걸음, 맥박수, 혈압, 체질량지수, 수면분석 등 개인 건강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본적으로 탑재한 것으로 시작으로, 최근에는 새운영체제인 iOS9에 생리나 성관계 여부 등을 체크해 여성의 임신 가능성까지 측정해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동안 환자 진술에만 의존한 산부인과 진료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에 탑재한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이 객관적 데이터로서 남게 되면 보다 면밀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구글도 구글핏이라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놓은 바 있다. 한때 애플의 헬스킷에 비해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개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획기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글핏은 사용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운동량을 측정해주며 앱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안드로이드웨어 시계나 스마트밴드를 통해 측정한 운동 데이터를 수집해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운동 수치들을 측정하여 보여준다. 앉았다 일어나기와 팔굽혀 펴기 등의 강도 높은 운동량을 측정하는 트레이닝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샤오미 미밴드와 같은 스마트밴드 앱에서 수면상태 데이터를 모아 관리하는 기능도 있다. 구글핏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연동시킨 앱도 개발 중이다. 구글은 구글핏을 통해 간단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병원을 가지 않고도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구글은 연구그룹 ‘구글X랩’을 통해 제약회사 등과 다양한 헬스케어 연구에 나섰다.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눈물 속 혈당 수치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콘택트렌즈를 개발 및 생산 계약에 나섰다. 또한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계열사 라이프사이언스도 당뇨병 모니터링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사노피와 개발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구글 생명과학부문이 알파벳 자회사 버릴리(Verily)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버릴리는 구글 생명과학부문이 추진했던 혈당 체크기 개발 프로젝트와 구글X랩 사업의 일환으로 건강 기초 데이터 연구조사 및 기술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더불어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글래스를 개발했다. 음성인식으로 MRI와 엑스레이 사진을 구글글래스로 확인해, 의사가 환자의 신체를 정밀하게 보면서 수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IBM도 헬스케어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IBM은 애플, 존슨앤드존슨과도 제휴하여 헬스키트나 리서치키트를 이용해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만들 방침이다. 이 기업은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과 협력해 당뇨 환자를 위한 기기도 개발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적격 뛰어들었다. 최근 삼성이 공개한 원형 스마트워치 ‘기어 S2’에는 피트니스 기능이 탑재돼 있다. 기어 S2 속에는 심박, 압력, GPS(위성항법장치)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심박수, 건강상태 등을 체크한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개방형 IoT 사업을 전면에 내걸고 하드웨어 기기 플랫폼인 심밴드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사미(Samsung Architecture for Multimodal interactions, SAMI)’를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플랫폼인 ‘S헬스’의 개발과 운영을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인 이인종 부사장에 맡기며,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ICT와 헬스케어 융합분야 사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스마트병원 및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사활을 건 것은, 이들 시장이 앞으로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천문학적인 액수의 가능성이 큰 ‘신성장 사업’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 아이워치를 시작으로, 소니, 구글, IBM 등 다양한 IT 기업들이 이들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SK텔레콤 등이 먼저 뛰어들었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디바이스, 플랫폼 등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앞으로 헬스케어 시장의 어떤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지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