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치료, 신경 호르몬 ‘세로토닌’이 열쇠

강박증 치료, 신경 호르몬 ‘세로토닌’이 열쇠

기사승인 2016-01-06 09:17: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노이로제’라고도 하는 ‘강박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강박증이 우리 몸의 신경 호르몬인 세로토닌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박증은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질환이다.

이전에는 강박증의 원인을 심리적 요인으로 추정해왔지만 최근에는 분자영상학의 발달로 뇌의 신경학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뇌의 기능적 이상, 특히 신경계통 호르몬인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이 강박증의 주요한 발병 원인으로 보고되어지고 있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뇌 속에서 수용체와 결합하여 불안감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신경 호르몬 중 하나로,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적거나 붙어있어야 하는 수용체에서 빨리 소실될 경우 ‘세로토닌 수용체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강박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강박증은 이를 교정하는 약물 치료가 핵심적인데, 문제는 약물 치료 시 환자의 경과를 확인하는 뇌 양전자단층촬영(이하 PET)으로 세로토닌과 약물을 구분할 수 없어 환자의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약물 치료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언제까지 약물 치료를 시행해야 하고, 언제 완치 판정을 내릴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은 건강한 일반인 12명과 약물 치료중인 강박증 환자 12명의 뇌 PET을 각각 수십 차례 촬영·비교하며 약물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수학적, 약리학적 시뮬레이션을 거듭 시행했다. 그 결과, 김의태 교수팀은 시간에 따른 개인별 PET 자료와 약물의 농도 변화를 동시에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세로토닌과 동일하게 나타났던 약물의 효과를 제거하고 세로토닌 수용체만의 밀도를 계산해내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새로운 방식을 통해 약물치료중인 강박증 환자 12명의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를 측정한 결과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됐던 강박증 환자에서 여전히 세로토닌 수용체의 밀도가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강박증의 원인이 되는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은 교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강박증 환자가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이 정상화 될 때까지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뇌의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강박증 약물 치료의 한계점을 풀어낸 세계 최초의 보고”라며 “해당 연구 결과는 강박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건강학적 질환에서도 심도있는 뇌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의 주도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정신건강연구소의 Dr. Oliver Howes 연구팀의 협업으로 진행됐으며, 기존 강박증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과학 분야에 향후 응용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발굴하는 등 중요성을 인정받아 정신의학분야의 세계 저명 학술지인 ‘정신의학저널 (Psychologic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됐다.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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