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무용론’, ‘직무유기’, ‘결정 장애’, ‘무능’
요즘 들어 이런 용어들이 미디어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로 한 가지 주어에 붙어 형용사적 역할을 하는데, 그 대상은 바로 ‘국회’입니다.
선거구 획정 의결을 놓고 여야가 ‘나 몰라라’ 식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인 지난해 12월 31일을 넘기고 새해를 맞은 지도 어느덧 엿새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야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도조차 여야의 반대에 부딪혀 이뤄지지 못했죠.
선거구 획정은 쉽게 말해 총선에서 선출할 국회의원들의 출마지역을 구획하는 일을 말합니다. 지역구와 전국구로 나뉘는데, 지역구에서는 소선거구제 다수 대표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전국을 상대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전국구는 ‘비례대표제’로 정리할 수 있죠.
지역별 정당 선호도가 상이하고, 비례대표제의 기준에 따라 의석수가 상당부분 달라지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은 늘 국회에서 민감하게 다뤄집니다.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얼마나 심하냐면, 국회가 법정에까지 서게 됐습니다. 선거구 획정과 관해 국회가 ‘부작위’를 했다는 이유로 임정석·정승연·민정심씨 등 국회의원 예비후보 3명이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부작위’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법률 용어죠. 국회가 피고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것은 5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을 곧 재판부에 배당합니다.
2016년 1월 1일 0시를 기해 기존 선거구마저 전면 무효화되자 정 의장은 현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여야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수용한다면 선거구 획정안과 주요 쟁점법안 연계 처리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를 거절하고 쟁점 법안 연계 처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8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의결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5일까지 매듭짓겠다는 약속을 깬 이력이 있는 이들의 말에서 신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8일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입니다. 이 때까지 획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파행은 무기한 길어집니다. 때문에 ‘정치 신인’으로 불리는 예비후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획정안이 의결 되지 않으면 이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총선 후보로 등록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 무능함으로 자체 핸디캡을 안게 된 셈이죠.
1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자체가 무효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8일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불안은 커져갑니다.
여야가 서로의 잘못을 헤집고 있는 들, 그들이 한 지붕 아래에 있는 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다만 한 곳으로 향할 뿐입니다. dani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