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잡스’ SM 미래 먹거리를 말하다… 무한 변신 가능한 NCT 내놓고 콘텐츠 공룡으로

‘이수만 잡스’ SM 미래 먹거리를 말하다… 무한 변신 가능한 NCT 내놓고 콘텐츠 공룡으로

기사승인 2016-01-28 13:36: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아이폰 6엑소’라도 출시하는 줄 알았다.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나선 프레젠테이션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켰고, 취재진 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SM의 모든 직원들이 총출동한 현장이었다.

SM 이수만 프로듀서는 27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SM타운-뉴 컬처 테크놀로지, 2016’를 통해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마케팅 등 지난 20년간 발전시킨 SM의 핵심 문화기술을 융합·확장해 신(新)문화기술(CT)로 재탄생시킬 것”이라면서 “신문화기술의 결정체인 신인 보이그룹 NCT(네오 컬처 테크놀로지)를 데뷔시켜 한류 3단계에 진입하겠다”라고 밝혔다.

거창한 수사들로 가득한 표현이라 이해가 쉽지 않았다. ‘SM이 또 뭔가 대단한 것을 하겠다는 모양이군’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두리번대는 취재진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이 프로듀서가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통해 일구겠다며 꺼내든 5개 신규 프로젝트는 SM의 향후 먹거리를 책임질 파격적인 아이디어다. 새 아이돌 그룹처럼 소개되 NCT가 우선 주목받겠지만 깃털에 가깝고 몸통은 따로 있다.

우선 매주 특정 요일에 디지털 신곡을 공개하는 채널 스테이션은 SM이 국내 가요계에 적수가 없다는 자신감을 방증한다. 가수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처럼 매달 신곡 한 곡도 아니고 52주 연속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가수·창작집단·프로듀싱 물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매주 신곡이 쏟아지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유지돼 이미지가 제고된다.

팬들이 SM의 신인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는 어플리케이션 ‘루키즈 엔터테인먼트’는 ‘빠순이·빠돌이’의 오랜 숙원 같은 사업이다. 그동안 팬덤은 가수 소속사에 끌려다니기 바빴다. 도대체 왜 이런 조합으로 구성된 그룹의 원치 않는 장르의 노래를 들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스케줄이지만 행여나 활동 기한이 짧게 끝날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이제 팬들이 직접 신인을 골라 조합을 만들어 데뷔시키고 향후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운영하던 노래방 어플리케이션 ‘에브리싱’과 영상제작공유 어플리케이션 ‘에브리샷’은 SM 팬덤과 네티즌이 모두 어울려 뛰노는 모바일 SNS 플랫폼 놀이터다. 유명인이 참여하는 ‘보이는 라디오’와 드라마·예능을 비롯해 스포츠·패션·헬스 등 라이프 스타일을 망라한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콘텐츠는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V앱을 연상시킨다. 방송이나 포털에 기대지 않는 SM 채널의 탄생을 예감할 수 있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레이블 ‘스크림 레코드’ 설립하고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것은 SM이 서울을 아시아권의 EDM 특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즐거운 EDM이 돈도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다.

그룹 NCT는 마치 동쪽의 동방신기가 서쪽의 슈퍼주니어와 멤버를 교환한 다음 북쪽의 샤이니와 합쳐 활동하다 남쪽의 엑소로 변신할 수 있는 구조다. 일종의 트랜스포머에 가까운 그릇이다. 세계 전역에서 데뷔한 각각의 NCT는 멤버 수도 제한이 없고, 자유롭게 멤버 교환이 이뤄진다. 새 유닛 조합을 내놓기에 용이하고 탈퇴 논란에서도 비켜간다. 한 곡을 NCT들이 각 나라 언어로 발표한다는 계획은 SM만의 글로벌 전략이다.

이날 이 프로듀서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저마다 SM과 동업을 꿈꾸는 눈치였다. 가수와 방송인 등 다수 연예인들로 예비 콘텐츠가 있는 마당에 유통 플랫폼까지 갖춰진다면 더 큰 공룡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톱스타 영입이나 허울만 좋은 세계 진출에 골몰하고 있는 다른 연예기획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듀서의 프레젠테이션 실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댄디한 차림의 열정적인 화술은 환갑을 의심케했다. 처음에는 다소 버벅이고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홀로그램과 그래픽이 가미된 쇼와 어울려 애플과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못지않았다. “SM이 성인식을 마치고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며 “처음 만든 아이돌 그룹의 팬이 아이 둘 엄마가 되는 그 시간에 우리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즐거웠다면 좋겠다”라는 따스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웅장해 보이면서도 생경한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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