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비록 1심이지만 밴드 씨엔블루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법원은 씨엔블루가 밴드 크라잉넛 월드컵 응원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씨엔블루는 음악방송에 출연해 크라잉넛 멤버가 작곡·작사하고 크라잉넛이 앨범으로 발매한 월드컵 응원가인 ‘필살 오프사이드’를 불렀다.
방송에는 씨엔블루가 곡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것처럼 자막에 표시됐다. 하지만 노래와 연주가 포함된 음원(AR)을 재생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악기도 연주하는 것처럼 흉내만 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은 1년 후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발매한 DVD 앨범에도 수록됐다.
크라잉넛은 “우리 음원을 방송에서 무단사용하고 앨범까지 만들어 팔았다”며 씨엔블루와 기획사 측에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2013년 2월 제기했다.
당시 크라잉넛은 “씨엔블루가 스스로 노래하고 연주하겠다고 해서 저작권 승낙을 해줬다”면서 “방송에서 일종의 립싱크를 하며 권한 없이 실연 음원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을 담은 DVD를 제작해 일본에서 발매하고 판매했다. 일본에서 발매된 씨엔블루의 DVD에 크라잉넛의 노래와 연주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양환승 판사는 크라잉넛이 밴드그룹 씨엔블루와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에 손해배상으로 4000만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3일 판결했다.
양 판사는 “씨엔블루가 방송에서 크라잉넛의 허락없이 음원을 그대로 재생한 후 노래했다”며 “크라잉넛의 연주를 그대로 쓰면서 스스로 한 것처럼 공연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상적인 밴드라면 음원을 그대로 재생하면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것처럼 흉내를 내는 건 저작권 침해라고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중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씨엔블루는 방송사가 사용료를 사후에 정산하는 문제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계약도 체결된 바 없다”면서 “방송사를 믿고 공연했기 때문에 고의·과실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양 판사는 “크라잉넛은 씨엔블루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자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냈는데 씨엔블루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책임을 방송사에 돌리고 있다”며 “크라잉넛의 문제제기 등을 감정적인 도발이나 언론플레이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본 DVD 앨범은 제작자가 방송사인 점을 고려해 씨엔블루 측에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크라잉넛이 재산적 손해를 입증하지 못했고, 이미 방송사에서 4000만원을 사과의 뜻으로 받은 점을 고려해 위자료만 1500만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