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화장품, 그것도 색조화장품의 주 사용층이 여성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색조화장품 모델은 주로 아름다운 여성이나 혹은 반대로 선망의 대상인 남성 연예인들이 해왔죠. 그런데 내가 쓰는 화장품 모델이 선망의 대상이기는커녕 주 사용층인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것도 반성의 기미도 없는.
지난 11일 해외 코스메틱 브랜드 맥(MAC)은 처음으로 출시한 쿠션류 제품과 함께 새로 기용한 모델인 개그우먼 장도연과 개그맨 유상무의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셀피 커버 쿠션의 약어인 ‘SCC’를 ‘쓱’으로 읽는 패러디 광고였죠. 광고 성과도 좋았습니다. 영상은 공개 후 200만이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죠.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2일부터였습니다. 한 소비자가 SNS상에 유상무가 여성 대상 제품의 광고 모델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유상무는 지난해 이른바 ‘여혐 발언’으로 문제가 된 개그맨 모임 ‘옹달샘’의 일원입니다. 옹달샘은 과거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에 대한 몰상식한 발언을 해온 것이 물의를 빚어 큰 논란이 됐죠. 건강 동호회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그래서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뭐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그 여자가 창시자야”라고 말했다가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생존자 중 한명인 A씨가 옹달샘 장동민을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을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멍청하다” “남자와의 잠자리 경험이 있는 여자는 창녀”등의 ‘여자 혐오’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발언들이 해당 방송을 통해 쏟아져 나왔죠. 발언의 주체는 주로 장동민이었지만, 유상무 또한 이에 동조해 함께 방송을 했습니다. 불거진 논란에 이들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했지만 자숙은커녕 다시 방송에 나와 자신들의 논란을 소재로 이용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죠.
역풍은 엄청났습니다. 가장 큰 소비층인 여성을 누구보다 존중해야 할 색조 화장품 브랜드가 여성 혐오 발언을 한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한다는 사실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맥 불매운동’을 벌이게 만들었죠. 항의도 엄청납니다. SNS를 비롯해 맥의 공식블로그를 통한 항의 덧글에 맥 공식블로그는 유상무가 기용된 블로그를 현재 비공개 게시물로 돌린 상태입니다. 심지어 맥의 한국 수입회사인 엘카코리아가 수입하는 여타 브랜드들까지 함께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브랜드만 불매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를 불매해 매출에 타격을 입히자는 주장이죠.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얼마나 가겠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색조 화장품은 종류를 막론하고 한 번 구입하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몇 년까지도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 충성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레 불매 운동으로 화장품 회사가 입는 타격도 적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부정적인 지적에도 젊은 여성들은 꿋꿋합니다. 불매운동이 회사에 얼마나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슈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되새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현명한 소비는 꼭 물적 소비에 있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rickonbge@kmib.co.kr
[쿠키영상] "아뿔싸!"…길을 건너던 행인을 친 자동차
[쿠키영상] "5분만 투자하세요"…섹시한 트레이너가 알려주는 복근 만드는 비법
[쿠키영상] 섹시한 분홍 전신 타이즈…걸그룹 식스밤 '10년만 기다려 베이베'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