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보복운전’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일어나는 보복운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곳에는 대인심리, 대상심리, 문화심리라는 세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존재하고 있다.
1895년에 정신분석학파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히스테리 연구(Study on Hysteria)’라는 책에서 ‘감정 전이(transference)’에 대해 설명했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본능이 실제 대상과는 전혀 다른 사물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정신적 아픔은 어려서 부모와의 관계, 사회생활 등 다양한 곳에서 생길 수 있다. 사회생활 속 정신적 아픔은 회사에서의 상하관계와 회사 대 회사로 만나야 하는 갑을관계 등 대인관계의 문제들로 주로 존재한다. 또 회사든 집이든 컴퓨터(대상)와 일을 하다보면 감정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신적 외로움과 고독으로 지치게 된다. 이것은 대상관계 문제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정신적 아픔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에서 차를 타는 순간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의식(consciousness)’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아픔을 가진 나의 모습을 차 속으로 숨기게 된다. 그 결과 운전자는 ‘의식’ 대신에 ‘무의식’ 덩어리가 된다.
누구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나와 타인 사이의 ‘의식’이 살아 있다. 내가 누구며,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술에 취하거나 흥분하거나 남이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그 의식 능력이 사라진다. 그러면 의식이 통제하고 누르고 있던 ‘본능(instinct)’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차 밖에서 생활하던 사람은 차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나와 타인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고, 차와 차라는 대인관계에서 대상관계로 인식변화를 가진다. ‘나’와 ‘타인’ 즉 ‘우리’라는 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에 흥분, 화, 분노, 모멸감, 무시와 같은 부정적인 무의식의 본능이 꿈틀된다. 그래서 차를 운전하는 순간 ‘분노 조절능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버스나 택시 혹은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양보하지 않거나 깜빡이를 켜지 않거나 큰 소리의 경적을 듣게 되면 분노를 터트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차와 차 사이에서는 대인관계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소리(경적)나 불빛(깜빡이)과 같은 비언어적 소통을 해야 한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는 소통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그 결과 운전자들의 소통에 문제와 오해가 생겨서 보복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는 대상은 운전자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감출 수 있고 번호나 차의 종류로 나를 이미지화 할 수 있다. 차 종류에 따라 비교심리와 운전자의 성별에 따른 비교심리가 공존하게 된다. 자신의 차가 경차인데 끼어드는 차는 중형차라면 상대방이 ‘무시’했다는 감정이 크게 생기게 되고, 반대로 자신의 차가 중형차 일 때는 ‘우월감’ 심리가 형성된다.
자기 마음처럼 소통하지 못하고 회사나 사회관계 속에서 가장 힘든 인간관계와는 달리, 운전대를 잡는 순간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 신’과 같은 심리를 가진다.
차 안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차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를 보는 것은 방관자적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람도 소리도 차단돼 있기 때문에 속도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축구경기를 TV화면으로 보면서 잔디와 바람 그리고 공을 직접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감독처럼 말하고 불평불만을 선수들에서 마구 내뱉는 것과 같은 효과다. 선수의 입장에서 실제로 같이 뛰고 달리면 숨이 차서 말도 못한다. 이것처럼 운전도 상대방의 운전속도와 바람 그리고 길의 상태를 자신이 직접 느끼는 것이 아니라 차의 원리와 프레임 그리고 바퀴가 대신 느끼기 때문에 운전 자체에 대해 우월감 심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2009년에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Docuprime)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차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작은 경차와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실험방법은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선 후, 파란불로 바뀐 후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 경차와 고급 승용차 뒤에 선 차들이 각각 몇 초 만에 경적을 울릴 것인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12번이나 반복된 이 실험에서 경차 뒤에 선 차들은 단 1초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고급 승용차 뒤에 선 차들은 21초나 지나서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작은 차에 탄 운전자도 차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누르고 있던 무의식의 분노를 경적을 통해서 그대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차를 통해 분노를 자주 드러내다보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분노운전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거나 운전 태도를 교육하면 바뀔까.
진짜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노와 개인 자체의 분노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 차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적과 깜빡이뿐만 아니다. 운전자의 부드러운 눈빛과 적절한 수신호도 있다. 감정 없는 차의 소통을 넘어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운전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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