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효율축구’로 EPL 선두 이유 증명

레스터시티, ‘효율축구’로 EPL 선두 이유 증명

기사승인 2016-03-07 15:45:56
사진=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방송 캡쳐

전 시즌 강등권서 허우적댔지만… 이제는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11승8무19패, 승점 41점으로 강등권 커트라인인 35점에서 고작 6점을 더 얻어 14위에 자리했던 팀이 다음 시즌 우승후보가 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단한 선수 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강조되는 점유율과 패스성공률은 바닥을 긴다. 그런 팀이 이제는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됐다.

바로 레스터시티 이야기다.

지난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레스터시티는 상위권 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며 2위와의 승점을 5점 차로 벌렸다. 바로 아래 순위에 있는 토트넘은 3위 아스널을 만나 난타전 끝에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4위였던 웨스트햄은 에버튼 원정을 떠나 2대3으로 패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을 떠나 마타가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 0대1 분패를 당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하며 4위에 올랐지만 이번 시즌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

이번 시즌 EPL은 팀별로 9경기 내외로 남아 있다. 아직 유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 토트넘,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기에, ‘외부 일정’이 없는 레스터시티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레스터시티 감독이 구사하는 축구철학의 핵심엔 ‘효율성’이 있다. 흔히 점유율, 패스 성공률, 득점, 실점 등의 수치가 아무리 좋아도 이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라니에리 감독은 이 논리에 가장 부합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무리 몸값 나가는 스타선수가 있은들, 이기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레스터시티의 평균 경기점유율은 고작 44.5%에 불과하다. 패스 성공률 또한 69.7%이다. 두 수치는 EPL 팀들 중 18위, 20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수비가 압도적으로 튼튼한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 55실점으로 뒤에서 네 번째 순위를 기록한 레스터시티는 이번시즌 31실점으로 다소 나아졌지만 공동 6위로 완벽한 성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강하게 할까? 바로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는 공격라인의 힘이다. 레스터시티는 이번 시즌 52득점으로 맨시티와 함께 리그 공동 선두에 자리해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허용한 골도 31실점으로 같다. 그런데 승점 차이는 10점이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이길 땐 화끈하게 몰아붙이며 대량득점을 뽑아냈다. 지난 주 애스턴빌라를 홈으로 불러들여 4대0 대승을 거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질 때에는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그렇다. 한 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해결사’가 없었다. 지금의 맨시티가 ‘기복축구’란 오명을 쓴 이유다.

그러나 레스터시티는 달랐다. 압박과 차단, 역습을 기반으로 필요할 때 골을 뽑아냈다. 지난달엔 맨시티 원정을 떠나 3대1 승리를 거뒀고, 1월 14일엔 토트넘 원정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이 외에도 에버튼, 웨스트햄 등 강팀을 상대로 원정길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확실히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 2골을 허용해도 3골을 넣었다. 수비라인이 제대로 막아줄 땐 1골을 넣어 끝까지 지켜냈다. 짜임새 있는 공격구성은 효율을 극대화했다. 마치 몇 년 전 퍼거슨의 맨유를 보는 듯하다.

그 중심엔 제이미 바디(잉글랜드)와 리야드 마레즈(프랑스)가 있다. 둘은 이번 시즌 각각 19골, 15골을 넣으며 EPL에서 가장 완벽한 듀오로 떠올랐다. 낮은 점유율에도 경기당 슈팅수는 13.4개로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다. 경기당 4.8개의 유효슈팅은 팀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중원의 활약도 크다. 칸테-드링크워터 라인은 수비의 안정감뿐 아니라 공격작업의 효율성을 더했다. 이들은 수비의 끝이자 공격의 시작으로 팀을 이끌었다.

아직 결과는 모른다. 그러나 레스터시티가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시즌 중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해도 고즈넉이 이겨나간 레스터시티다. 지난 시즌 사우샘프턴의 ‘돌풍’과는 분명 다르다. 레스터시티의 ‘꾸준한 폭풍’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리그에 당분간 머물 것으로 보인다.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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