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1.6배 비싼 한국 복제약…가격 인하 칼 빼나

미국보다 1.6배 비싼 한국 복제약…가격 인하 칼 빼나

기사승인 2025-07-22 06:00:09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국내 제네릭(복제약) 약가 체계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복제약 약가 인하 추진을 시사하면서다. 다만 약가를 낮출 경우 국내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국가별로 경제 규모와 약가제도, 건강보험체계가 상이해 실질적 약가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제네릭 약가는 해외 주요국(A8)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최적의 약제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약가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제네릭 판매를 통한 수익이 신약 개발 투자로 선순환되고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가 보상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복제약은 신약으로 개발한 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어 다른 회사에서 동일 성분으로 생산하는 약을 말한다. 복제약은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이 저렴해 시장 점유율이 더 높다. 

한국의 복제약 가격은 해외 주요국보다 비싼 편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약가 참조 해외 주요국(A8) 제네릭(복제약) 약가 수준 비교’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복제약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1.5 수준이다. 한국 약값이 캐나다에 비해 1.5배 비싸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주요 9개 국가 중 스위스를 제외하고 한국 복제약 가격이 가장 비쌌다. 특히 한국 복제약 가격은 영국·독일의 2배, 미국의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는 캐나다 연방정부 약가검토위원회 2022년 보고서를 기준으로 했다. 

국내 복제약 가격이 유독 비싼 이유는 약가 정책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약가 정책은 해외 주요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은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이 여러 개 있어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38.69~53.55%로 가격이 책정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복제약 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이 낮아진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등재 10년 후 초기 대비 32%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한국은 78%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제네릭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시장 진입 후 경쟁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기전이 부족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가 제네릭을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의약품 선택 기준이 없어 영업사원과의 친밀도 등으로 선택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윤 의원은 지난해 10월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복제약 약가의 약 40% 정도는 거품”이라면서 “돈으로 따지면 우리 국민들이 복제약 약가로 선진국에 비해 매년 4조원 정도를 더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복제약의 약가 제도를 개편하면 제약사들의 R&D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제약은 그간 국내 제약사의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복제약 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윤을 R&D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2년 제네릭 약가를 일괄 인하한 이후 관련 제약사의 매출은 26~5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매출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정도 된다. 약가가 인하되면 R&D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가가 상승하는 것과 달리 약가는 항상 낮아져 왔기 때문에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본다. R&D 투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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