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문송천 카이스트(경영대) 교수가 이세돌(사진 왼쪽)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대망의 첫 승을 거둔 13일 “이런 게임은 다시는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는 알파고가 180수 만에 ‘resign’ 팝업창을 띄우며 이세돌 9단이 백(白) 불계승을 올렸다.
문 교수는 이날 제4국이 열리기 전 쿠키뉴스에 이메일을 보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 게임은 할 수만 있다면 남은 두 게임을 포함해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업이 사내 이벤트 같은 형태로 인간 대상의 소프트웨어 성능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겠으나, 이처럼 사회 전반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사외로 시도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IT 세계에서 생리 상 소프트웨어는 그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이나, 그것이 소프트웨어의 ‘능력’을 사회적으로 과시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비도덕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 교수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과학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글의 사훈이 ‘Do No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이다. 그걸 이제부터 ‘Do Not Be Inhumane(몰인정해지지 말자)’으로 변경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이런 인간 대상 실험이 공공연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악한 일’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해도 될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은 인본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서 “인간존중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면 분명히 ‘악행’에 해당되며, 이 점에서 구글은 자신이 ‘evil스러운’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을 결코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세돌 9단이 3연패 끝에 첫 승이 확정된 직후 다시 기자에게 모바일 메신저를 보내와 “이런 게임을 공공연히 벌이는 무모한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문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5번기 제3국을 펼치기 전날인 지난 11일 쿠키뉴스와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이세돌 9단이 구글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즉, 이세돌 9단이 소프트웨어의 설계·작동 원리, 알고리즘 등에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이 컴퓨터에 지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11일 인터뷰에서 문 교수는 “현재로선 이세돌이 마지막(5번째) 대국에서 한번쯤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 4번 정도 대결한 후엔 이세돌도 어느 정도 알파고 원리를 이해할 수도 있고 알파고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라) 완벽하진 않기 때문”이라며 이세돌 9단이 전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그는 “이세돌 9단이 만약 0대5로 진다고 해도 첨단 기술이 인간 대표를 이겼다느니,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느니 하는 건 웃기는 소리이다. 이 대결과 관련해 언론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소프트웨어 세계시장 점유율이 불과 0.8% 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기보다는 ‘관전평’에 치우치는 보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번 대결의 진짜 의미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소홀한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의 가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결국 IT 10개 분야 중 하나이다. 기계가 인간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무한하다.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제압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문 교수는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예상보다 한 차례 앞서 이긴 것에 대해 “이젠 2대3이라고 본다”며 마지막 대국도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민국 전산학 박사 1호인 문 교수는 운용체계(OS)와 데이터베이스(DB)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현재 안식년으로 영국 뉴캐슬 대학교 전산학과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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