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유진호 교수팀은 2011년 6월 11일 이 병원에 입원한 4세(당시) 여아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살균) 성분을 오래 들이마셔 간질성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여아는 서울아산병원에서 100일간 에크모(ECMO, 체외막형산소화장치, 몸의 산소 순환을 도와주는 기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어린이로선 국내 첫 심장·폐를 함께 이식 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 여아 가족의 고통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비극과 참담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 교수팀은 “이식수술을 한 지 3년 후에 실시한 아이의 폐 기능 검사에서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얻어졌다”며 “폐 이식 수술 후에 뒤따르기 쉬운 폐 고혈압·폐쇄성 세기관지염도 없었다”고 밝혔다.
2011년 봄 아이에게 마른기침 등 그리 심각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감기 등 흔한 호흡기 질환으로 여겼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2주 뒤부터 호흡곤란 등 상태가 악화됐다. 아이의 엄마·여동생(1세)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병원 측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프레드니솔론) 등을 투약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유 교수팀은 “아이의 가족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했다. PHMG는 최다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다.
아이의 1세 여동생은 불행히도 대형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숨졌다.
아이 엄마는 5일간 에크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폐 이식 후 큰 후유증이 없이 회복됐다.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당시의 아이의 상태는 호흡수 분당 77회, 맥박 분당 136회, 혈압 113/81이었다. 이후 아이에게 공기누출증후군ㆍ폐기종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 바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든 상태였다.
아이는 에크모에 의존해 폐 등 장기 제공자가 나올 때까지 100일을 버텼다. 마침내 뇌사 판정을 받은 11세 소녀의 폐와 심장을 이식받았다.
국내에서 성인의 폐 이식 수술은 1996년에 처음 시도됐다. 어린이의 폐 이식 수술은 이번 4세 여아가 첫 사례다.
유 교수팀은 “어린이의 폐·심장 이식엔 걸림돌이 많다”며 “장기 제공자(뇌사자) 수가 적은데다, 제공자와 수혜자의 장기 크기가 다르고 외과 기술적으도도 훨씬 고난도이 수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장기를 제공한 뇌사아의 체중은 23.1㎏으로 장기를 받은 아이(17㎏)보다 1.3배 컸다.
유 교수팀은 “장기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의존해야 하는 에크모·기계적 환기장치 등의 장착 기간이 길수록 이식 수술 뒤 다(多)장기 부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며 “이번에도 에크모를 5일간 장착한 아이 엄마의 수술 후 후유증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어린이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다.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