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5년 후 생활비 지원나선 정부, “책임회피·땜질식 처방”

가습기살균제 피해 5년 후 생활비 지원나선 정부, “책임회피·땜질식 처방”

기사승인 2016-05-11 19:05: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화학물질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환경부가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땜질식 대안만 내놓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11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앞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최근 당정협의에서 논의했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환경부는 그동안 치료비와 장례비만 지원해왔다. 정 차관은 “살균제 제조 회사들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에 피해자들은 폐질환 치료 과정에서 경제활동도 하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포괄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4차 피해 접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신속한 검사를 위해 서울이 아닌 지방 의료기관도 피해 검사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과 국립의료원에서만 피해검사가 진행돼 지방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 차관은 국민 안전을 위해 현 제도를 정비해 화학물질 관리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차관은 “산업계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발생하지 않도록 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부의 이러한 생활비 지원 검토가 늑장조치라는 지적이다. 유해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심사하고 허가했던 것은 정작 환경부이며, 2011년부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이 발생했을 당시 아무런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도 환경부였기 때문이다.

유해 물질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 관계자들의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피해자 생활비 지원으로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땜질식 비책만 내놓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송화 부대변인은 "세월호 사건만큼이나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건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부대변인은 "환경부의 독성물질 유해검사는 부실했고 질병당국의 대처도 늦어 2011년에야 역학조사에서 살균제가 원인이라고 했다"며 "연루기업에 대한 처벌은 허위광고로 5200만원의 과징금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박근혜 정부는 치명적인 독성이 독성제품이 한 해 60만 개씩 팔려나갈 동안 방치하다 뒤늦게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정부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유해 성분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심사 서류가 조작되고, 이를 환경부가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세퓨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 성분인 PGH를 수입하기 위한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가 엉터리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2003년 2월 수입업체가 PGH 수입을 위해 환경부에 제출한 '가습기 살균제 유독물질 유해성 심사 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제조 또는 수입하는 화학물질은 유해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신청할 때는 주요 용도와 독성시험 결과 등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자료 분석 결과 '주요 용도'가 '주요 농도'로 신청 서식이 조작됐다. 흡입독성 시험 성적서를 내지 않으려고 주요 용도 기재를 고의로 누락했다. 송 변호사는 “서식 조작 사실을 환경부가 묵인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피해자들은 살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업체 뿐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늑장대응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정부관계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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