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곽도원 “곡성에서 살았던 2달… 종구의 걸음걸이, 눈빛 완성했죠”

[쿠키인터뷰] 곽도원 “곡성에서 살았던 2달… 종구의 걸음걸이, 눈빛 완성했죠”

기사승인 2016-05-13 11:28: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종구만 당해야 하는데 관객들도 미끼를 물더라고요. 포스터에서도 현혹되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죠.”

지난 9일 오후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곽도원은 대뜸 영화 ‘곡성’에서 범인이 누구인 것 같냐고 물었다. 한동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곽도원의 모습에서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을 읽을 수 있었다. 흥행에 대해서 마음을 비웠다면서 첫 주연작이니 많이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언론과 평론가들의 반응이 좋다고 해도 관객들 반응과 완전히 상반될 때도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영화 소재가 일반 관객들이 오락 영화를 보듯이 편안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게 제일 떨리죠.”

그렇다면 곽도원에게 ‘곡성’은 어떤 영화일지 궁금했다. ‘무섭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대다수지만, 정작 나홍진 감독은 “‘곡성’은 상업 영화고 코미디 영화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부성애가 강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또 코믹이 가미된 긴장감이 도는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곡성’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관객들이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끈끈하고 쫀쫀하고 음습한 느낌도 있지만, 그 안에서 종구라는 인물이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악착같은 부성애를 보여주는 것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 ‘황해’, ‘변호인’ 등 이미 여러 편의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곽도원이 이렇게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이유는 ‘곡성’이 그의 첫 주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에서 함께 했던 곽도원을 ‘영점이 기막히게 잘 잡힌 총’에 비유하며 일찌감치 주연으로 점찍었지만, 막상 곽도원은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너무 놀랐어요. 진짜 속마음은 부담이 많이 됐죠. 사실 조연을 할 때는 그렇게까지 부담감은 없었거든요. 잘못하면 누군가의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로 경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또 ‘왜 나를 택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어요. 주연은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데 자신감이 없었어요. 송강호, 최민식, 황정민을 보면 현장에서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게 많고 희생도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부담이 많이 됐고 긴 호흡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됐어요. 처음엔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럼에도 곽도원이 출연을 결심하고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은 나홍진 감독의 역할이 컸다. 주연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나홍진 감독이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라며 주입식으로 자신감을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대단한 것 같아요. 천재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천재가 있다면 저런 사람 아닐까 생각해요. 현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죽을 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도 대단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배우들도 모르게 병원에서 현장으로 출퇴근을 일주일 넘게 했더라고요. 촬영 끝나면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아침에 현장에서 출근했다는 걸 한 달 뒤에 알았어요. 인간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자기가 목표를 정해놓으면 거기에 타협이 없어요.”

집요하게 작품 준비에 공을 들이는 건 나홍진 감독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곽도원은 같은 전라도라도 지역에 따라 색깔이 다른 사투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촬영 전 곡성에서 지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제 친구 역할 했던 분들이 전라도 완도, 광주, 목포 출신이었는데 세 명이 사투리가 다 달라요. 곡성 사투리는 또 다르고요. 촬영 전 곡성에서 두 달 정도 살았어요. 곡성은 3층짜리 건물이 몇 개 없어요. 거의 단층 건물인 완전 시골이에요. 그곳에선 사건·사고도 없어요. 술집에서 싸움 벌어져서 경찰이 가도 서로 다 아는 형, 동생들이에요. ‘너 경찰 됐다고 나한테 이럴래?’라고 하는 식이죠. 시골의 일상에 대한 경험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참 중요했어요. 그것들을 느껴야 종구의 걸음걸이, 종구의 눈빛이 나올 것 같아서 노력했죠. 처음에는 일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한 열흘 지나니까 너무 편안했어요. 나중엔 뭘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하고 있으면서 편안히 지냈죠.”

주로 조연, 그것도 악역을 전문으로 했던 곽도원은 ‘곡성’을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곽도원은 다시 악역 조연 제의가 와도 “재밌으면 악역이든 뭐든 한다”며 자신을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하는 배우”로 정의했다.

“주연의 꿈을 꾼다기보다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난 주연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죠. 그런데 그 생각도 금방 들어왔다가 금방 사라져요. 저는 처음에 영화를 할 생각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스무 살에 처음 극단 생활을 시작해서 연극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우연히 극단에서 쫓겨나고 할 게 없어서 오달수 형을 찾아갔어요. 단편 영화를 하라고 해서 찍다 보니 미장센 영화제에 나가게 되고, 심사위원으로 오신 감독님들이 저를 써주시고 오디션 보고 하면서 지금 이렇게 나홍진 감독 영화의 주인공까지 된 거예요. 이번에도 책임감을 갖고 후회 없을 만큼 정말 열심히 노력하긴 했어요. 그 노력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곡성’은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인해 마을이 발칵 뒤집히자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퍼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다. 상영 중.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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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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