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문화토크] 늘근도둑이야기, 부조리 세상풍자와 행복이 뭔지 되새김질

[이호규 문화토크] 늘근도둑이야기, 부조리 세상풍자와 행복이 뭔지 되새김질

기사승인 2016-06-07 10:51:55

"[쿠키문화 칼럼] 주말이면 극장을 주로 찾는 관객들도 이날은 '늘근도둑이야기'를 관람하러 대학로 극장을 빼곡히 메웠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20대 취준생부터 중년층까지 '늘근도둑이야기'의 찰진 입담과 세상에 맞닥뜨린 풍자와 해학은 객석의 관객들에게 그저 유쾌하고 세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을 주었다.

박철민, 노진원, 이호연 등 3명의 배우들은 2시간 가까이 긴 호흡을 통해 마치 애드립같이 보이는 '진짜' 대사들을 수많은 만담으로 정신없이 치고 받는다.

배우 이호연은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많은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애드립으로 생각하는 앙상블 연기는 90% 이상이 진짜 대사라며 그만큼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소통하고 감흥을 불러일으 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영화와 드라마에만 많이 국한돼있는 시선을 라이브 연극을 통해세상과 소통하고 닫혀있는 마음의 창문을 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1989년 세상에 나온 이 연극은 민감한 사회문제를 뼈있는 웃음으로 전달하는 시사풍자 코미디이다. 요즘 관객들은 이미 인터넷 세상 속에서 다양한 풍자와 사회적 트렌드를 인지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관객을 웃기기란 곱절의 어려움이 있다. 기발한 대사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신문화를 추구하는 관객의 코드와 성향을 넘어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늘근도둑이야기는 올드해 보이는 덜 늙은 도둑과 더 늙은 도둑이 무거운 한국의 정치사, 사회적 이슈, 세상사는 이야기를 코미디 장르를 통해 관객과 희로애락을 주고받고 에너지를 교환하며 앙상블 연기를 펼친다.

때로는 뻔뻔하고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때로는 불편해보이는 이데올로기도 포함돼 있었다.

배우들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든간에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의 역사를 대변하는 대통령의 정치사상의 방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다소 편협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은 보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극은 배우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세상 속 현대 인간들의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낌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전달하는 충분한 공간이기도 했다.

금고를 털어 인생 한방을 꿈꾸는 늘근 도둑들은 금고를 훔치기도 전에 붙잡혀 수사관의 조사를 받는다. 도둑들은 안타까운 세상에 대한 통념과 한심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미래가 없고 근심만이 가득찬 현실을 미워하고 리얼리티를 되새김질 한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대사나 참여를 유도하는 에너지는 관객들을 웃게 만들고 더 이상 인공적이거나 무겁게 보이는 무대가 아니다.

이 연극에서 70년대부터 대학로를 유지하고 세상에 도전했던 실험극과 헝그리 정신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서민보다 못한 도둑이라는 하위계층 신분을 통해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늘근도둑들이 대변하고 있다. 이 늘근 도둑들은 정부와 사회에 큰 보상과 요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과연 우리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니?

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며 웃음과 해학이라는 코드로 조그맣게 사회에 저항하고 있다.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과 교수.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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