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최대한 경제 운전에 신경을 썼다. 내리막에서는 칼 같이 액셀에서 발을 뗐고, 내리막 이후에도 최대한 타력 구간을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했다. 모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SUV는 거친 도로를 질주하는 게 맛이라지만, 장거리 운전 시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크기 때문이다.
BMW 뉴 X6 M50d를 시승하면서 경제운전이라, 약간 아이러닉하기도 하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엔진소리는 사실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두두두둥, 두두두둥” 한번 밟으면 그 감성에 젖어 평균속도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자칫, 속도위반에 걸릴 수도 있는 문제다. 또 차 값만 1억4000만원이다. 그럴 일은 없었지만 만약에 하나 접촉사고라도 냈다간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다 변명이다. 갈 길이 머니, 최대한 경제적 운전과 안전 운전을 택한 것이다.
시승거리는 총 1000㎞가 넘었다. 서울에서 일단 순천으로 갔다. 거리는 370여㎞ 남짓, 곧장 여수까지 갈 수도 있었으나, 여수 밤바다는 생각보다 낭만적이 않다. 여름에 여수는 짠 냄새로 진동한다. 항구를 바로 끼고 형성된 도시라서 제발 여름만은 피해 가고 싶은 곳이 여수다. 그래서 밤바다는 좀 시원할 줄 알지만, 낮과 똑같다. 물론 돌산대교의 멋진 야경은 번외다. 바닷가라서 시원하다는 생각은 너무 낭만주의적 감성이고, 그저 여름에는 낮이나 밤이나 푹푹 찌는 곳이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마다’는 그저 감성팔이라는 것이다. 운전대를 여수로 틀지 않은 이유다.
순천으로 간 이유는 이맘때 순천 등 동부6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갯장어 샤브샤브(하모)를 먹기 위해서다. 1미터가 족히 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갯장어를 수백 번의 칼집을 내어 된장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양파 쌈에 부추와 마늘, 된장 등을 곁들여 먹으면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갯장어는 양식이 없다. 워낙에 힘도 세고 성격도 급해서 양식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그 힘 좋은 것을 자연산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순천에서도 다도횟집(연향동 1456번지)이 가장 그것 잘 하기로 유명하다. 후하기로 소문난 그 집 주인장 인심은 덤이다.
그렇게 보양식 갯장어를 흡입한 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X6은 볼 때마다 느끼는 생각인데, 속된 말로 뽀대(?)가 장난이 아니다. 워낙에 차제가 커서 도로 한차선이 꽉 낀다. 그래서 운전하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된다. 타는 긴장감을 양손에 거머쥔 채 순천에서 상무대가 있는 장성으로 향했다. 거리는 70㎞. 조카가 이번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해서 후방기 교육을 받는다. 주특기는 전차병이다. 97년도 군대시절 기자는 장갑차 조종수였다. 조카가 전차병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X6을 스포츠모드로 놓고 제대로 밟았을 때 나는 엔진소리가 바로 전차엔지소리의 축소판이다. 물론 전차와 X6을 비교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차의 엔진소리는 지축을 울리며 간다. X6도 그것을 빼닮았다.
면회를 마치고 이번엔 세발낙지와 삼학도로 유명한 “아따 여그가 거그요?, 뭐여 그것이 뭣이 중헌디?” 등의 구성진 사투리가 살아 있는 목포로 향했다. 150여㎞를 내달려 목포 신도심, 하당에 도착했다. 여수도 그렇고 목포도 공기가 짜다. 항구도시의 특징이다. 반면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은 바다와 어우러져 멋들어진다. 높지 않아 시민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유달산은 조각공원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서 순천, 장성 그리고 목포까지 총 610㎞를 주행한 결과 연비는 9.5㎞/ℓ가 나왔다. 차량 정보에서는 총 800㎞를 달릴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디젤로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연비는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시승 전 BMW직원에게 먼 길 떠난다고 했더니 그러면 올라올 때 주유를 한번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당연히 기름 소모가 있겠거니 했지만 600여㎞를 달리고도 연료 게이지는 단 한 칸 밖에 줄지 않았다. 아무리 디젤로 고속도로를 달렸다고 하지만, 이게 말이나 되는가. 더 놀라운 것은 앞으로 680㎞를 더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웬만한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더 연비가 좋다. 나중에 BMW에 이같이 이야기하자, 연료가 다른 차에 비해 조금 더 들어가서 그렇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봐야 약간이다. 목포서 그대로 서울로 달려 집에 도착한 확인 한 연비는 9.6㎞/ℓ. 그런데 차량의 에너지 정보에서는 아직도 130㎞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나온다.
총 1200㎞를 주행했다. 그런데도 아직 100㎞는 더 주행이 가능했다. X6 참 매력적이다. 물론 감성에 빠지면 매력은 물거품이 된다. 제어가 안 될 정도로 놀라운 제로백과 엔진의 풍부한 힘, SUV답게 치고 나가는 속도는 가히 일품이다. 그만큼 연료의 소모도 크다. 하지만 경제운전을 통해 안 것은 100㎞ 구간에서 액셀에서 발을 떼도 타력구간이 상당하다. 게다가 내리막까지 타게 되면 수키로는 연료소모 없이 부드럽게 진행이 가능하다. 그러니 성격 급한 이가 이 차량을 운전하면 연료의 소모도 더 클 수 있다.
사실 1200㎞를 달리고도 도착 후 100㎞를 더 탈 수 있었던 것은 거짓이다. 참지 못하고 서해안고속도로가 끝날 때 즈음, 비봉 나들목에서 스포츠모드로 한번 세차게 밟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연비는 더 높은 결과로 말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모드에서의 운전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를 한방에 떨어낼 수 있었다.
주행감도 아주 좋았다. 부드러웠다. 다만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언급한 것처럼 차체가 커서 한 차선을 거의 다 차지한다. 그리고 최대한 운전석을 낮은 모드로 변경을 해도 높다. 운전의 피로도가 클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다. 하지만 시야가 많이 확보되는만큼, 봐야할 것도 많으니 눈의 피로가 큰 것이다. 차선을 다 차지하는 몸집을 조심조심 유지하려니, 운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X6 시승 후 일주일은 뒷목이 뻣뻣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비와 주행감성, 타력구간에서의 놀라운 운행력 등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너무 비싸 엄두도 나지 않지만, 돈만 있으면 꼭 사고 싶은 차였다.
차량을 시승하면서 또 한번 만나고 싶다할 정도의 차는 몇 안 된다. 그 몇 안 되는 차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지체 없이 X6이라고 말하겠다.
에필로그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춘장대, 무창포, 독산해수욕장이 있다. 연휴에 도로가 막힐 것을 감안해서 기자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지난주 X6을 시승할 때도 그러했다. 이들 해수욕장은 해넘이가 멋지다. 서해안이라 해안선이 넓어 조개잡이 낙지잡이도 가능하다. 기자의 딸과 함께 긴 시승은 여독을 풀기 위해 그날도 어김없이 해수욕장에 들렀다. 그중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바로 독산해수욕장이다. 춘장대와 무장포로 해수욕 인파가 몰리니, 상대적으로 독산해수욕장은 조용하다. 시승 중 여독은 수영으로 풀었다. 시승을 함께한 딸도 아주 즐거워했다. 해수욕 후 딸아이는 “어디서 옷을 갈아 입냐”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질문했다. X6은 그런 딸의 걱정을 한방에 해결해줬다. 넓은 트렁크는 자그마한 아이들이 서서 옷을 갈아입기에 아주 충분했기 때문이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