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중환자실 환경, ‘권역별중환자센터’ 설립 요구 높아

열악한 중환자실 환경, ‘권역별중환자센터’ 설립 요구 높아

기사승인 2016-06-20 13:41:22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의 상황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하루 24시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를 위해 24시간 전담전문의가 상주하고, 지역병원의 경우 권역별 중환자센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환자 못지 않게 중환자 역시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골든 타임(Golden time)’을 지키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 유무에 따라 사망률이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있는 병원의 패혈증 사망률은 18%에 그쳤으나, 그렇지 않은 병원의 패혈증 사망률은 41.6%였다. 그나마 지난 2015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은 1명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가 의무화됐으나, 24시간 상주하는 병원은 2곳에 불과하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일반 병원들은 중환자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가 강제 조항이 아니다. 중환자실에서 상주하는 의료인력의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환자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전담전문의 배치 비율을 높이고, 24시간 상주 의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담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병상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당 병상 수는 평균 44.7병상(상급종합병원 40.4, 종합병원 48.9)이며, 종합병원 178기관에는 전담전문의가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의사 1명당 돌보는 중환자수가 제한돼 있다. 미국은 의사 1명당 14병상, 유럽은 평균 6∼8병상, 호주는 8∼15병상, 일본은 8∼12병상이다. 병상수 대 간호사 수에서도 격차가 크다. 프랑스는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 스위스는 1명당 3명, 호주와 뉴질랜드는 에크모(ECMO) 치료나 불안정한 상태 환자의 경우 간호사 1명 당 환자를 1명씩 돌보게 돼 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중환자실 수준과 비교할 때 최소한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병원들이 상당수이므로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환자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정부가 ‘권역별 중환자의료센터’를 신설하고 인력·시설·장비를 갖춰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찬 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중환자를 돌보는 병원을 레벨 1, 2, 3로 나눠 위급상황 시 대처한다”며 “생명이 위급한 중환자의 경우 치료 질을 높이고 환자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권역별 중환자의료센터’를 도입해 정부가 인력·시설에 투자하고, 중환자가 시기적절하게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병원의 중환자실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263개 병원 중 1등급 중환자실은 11개소에 불과했고, 지역 편차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환자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라며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별로 권역센터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중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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