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통증으로 ‘속 상한’ 국내 골관절염 환자

지속되는 통증으로 ‘속 상한’ 국내 골관절염 환자

기사승인 2016-06-22 09:40:12

#. 40대 직장인 박경환(가명) 씨는 3년 전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심해지는 통증에 병원을 방문했다가 골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골관절염 진단을 받기 전에는 주말이면 등산과 골프를 즐기는 등 야외활동을 즐겼지만 관절 통증이 심해지면서 취미 생활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아 먹기 시작하면서 증상은 다소 호전됐지만 얼마 뒤부터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 더부룩함이 지속되는 위장관 부작용이 찾아왔다. 심각한 소화불량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복용하던 약을 바꾸고 나서야 제대로 음식을 먹으면서 통증과 증상까지 호전됐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골관절염’ 환자들은 관절 통증으로 ‘속이 상하고’ 약 복용으로 인한 위장관 부작용으로 ‘속(위장관)이 상하는’ 일을 빈번히 겪는다. 관절 부위에서 계속되는 국소적인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주로 처방되는 비선택적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NSAID,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때문이다. 이 약제의 복용은 소화불량과 속 쓰림, 출혈, 궤양 등의 다양한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데, 국내 골관절염 환자의 대다수인 90%는 위장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국내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더욱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면 위장관 부작용 위험은 낮추면서 골관절염의 통증은 완화할 수 있다.

골관절염은 흔히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40-50대 골관절염 환자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이 40~50대의 중년 환자 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미만의 골관절염 환자도 60세 이상의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장관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고용량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복용, 음주력, 흡연, 스테로이드 복용 등 위장관 위험 요인 비율은 젊은 환자에서 더 높았다. 비교적 건강한 젊은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험 요인은 더 많아 이를 고려한 약 처방과 복용이 오히려 중요하다. 

선택적 콕스-2 억제제는 위장관 점막을 보호하는 콕스-1(COX-1) 효소는 억제하지 않고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콕스-2(COX-2) 효소만 억제해 통증과 염증은 조절하면서 위장관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비선택적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콕스-1 효소와 콕스-2 효소를 모두 억제하기 때문에 속 쓰림과 소화불량, 궤양 등 위장관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 대표적인 선택적 콕스-2 억제제인 세레콕시브 제제는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유사한 염증 및 통증 완화 효과를 보이면서 위장관 합병증 위험은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환자의 위장관 위험인자를 고려한 약 처방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관없이 대다수의 골관절염 환자가 위장관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선택적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가장 많이 처방된 것이다. 비교적 젊은 관절염 환자의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관절염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삶의 질, 효과와 안전성 측면을 모두 고려한 약제 선택이 필요하다.

홍승재 경희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염은 만성 질환으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많은데, 비선택적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복용은 속 쓰림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은 물론 출혈과 궤양, 천공과 같은 심각한 위장관 부작용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특히 국내 골관절염 환자 대다수가 위장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개인의 위장관 위험 요소를 고려한 처방 패턴으로의 선진적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부작용 위험은 낮추고 효과적인 약제를 환자들이 쉽게 처방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선택적 콕스-2 억제제의 경우 현재 60세 이상의 환자에서만 보험이 적용되어 60세 미만의 젊은 관절염 환자들의 위장관 안전성을 고려한 처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40-50대 골관절염 환자의 증가에 따라 보험 적용 연령의 확대 등 더욱 포괄적인 급여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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