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봉이 김선달’ 익숙함이 패인이다

[쿡리뷰] ‘봉이 김선달’ 익숙함이 패인이다

기사승인 2016-06-22 15:04:42
청나라에 노예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김선달(유승호)이 있다. 김선달은 화살받이로 끌려간 전쟁터에서 만난 보원(고창석), 견이(시우민)와 의기투합해 전장을 탈출한다. “한 번 목숨을 내놓은 인생, 죽었다고 생각하고 남은 생을 즐겁게 살아보겠다”는 김선달은 가짜 무당 윤보살(라미란)까지 합류한 사기패를 꾸린 후 조선 팔도에서 사기꾼으로 명성을 떨친다. 닭을 봉황이라 꾸며 팔아 ‘봉이’라는 별명을 얻고, 절세 미녀로 분장해 혼인사기극을 꾸민다. 나중에는 임금까지 사칭해 온양 별궁에서 금괴를 탈취한 김선달은 다음 사기판을 찾던 중 담파고(담배) 탈취극을 꾸민다.

그러나 조선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는 담파고가 얽힌 사기극이 그리 쉬울 리 없다. 거창한 사기극을 벌였지만 본전도 못 찾는다. 그러던 중 김선달은 담파고의 배후인 권력가 성대련(조재현)이 자신들을 청나라에 화살받이로 보낸 원흉임을 알게 된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사기를 치던 김선달은 이제 성대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인생 최대의 사기판을 꾸민다.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전설화다.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은 이 설화를 대중 친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설화에서 닭장수나 등쳐먹는 잡범에 가깝던 김선달은 영화에서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로 변신했다. 잘생긴 얼굴과 능청스러운 성격, 국가적 스케일로 사기를 치는 대담함은 배우 유승호가 소화한다.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고창석과 라미란, 300만의 팬을 거느렸다는 그룹 엑소 시우민(본명 김민석)까지. 여름 흥행은 ‘봉이 김선달’의 것일까.

영화의 재미 요소는 확실하다. 초반의 속도감과 시시각각 변하는 배우들의 변장, 설명에 치중한 대사는 영화의 줄거리를 족집게 과외처럼 관객에게 설명해 준다. 여기에 더운 여름 날씨를 잊게 해 줄 대동강 물살 CG가 가미돼 시원함마저 안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간 진지하고 순수한 인물들만 연기해온 탓인지, 아니면 본인의 바른 성정이 방해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능청스러운 사기꾼’ 캐릭터가 유승호에게 소화해내기 버거운 짐임은 분명하다. 신선하고 재미나야 할 김선달은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들의 집대성에 가깝다. 주연이 맥을 못 추니 라미란과 고창석의 감칠맛 나는 연기조차 한 풀 꺾인 느낌이다. 의외로 가장 실속을 차린 것은 시우민이다. 제때 치고 들어가 확실하게 존재감을 남긴 후 빠지는 능숙함은 아이돌 멤버의 첫 도전작치고는 나쁘지 않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시련은 연출이다. 코믹함과 속도감, 양 쪽을 다 잡기 위해서는 섬세함이 필수지만 ‘봉이 김선달’은 거칠기 그지없다. 극의 중간 간간히 터지는 웃음은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시나리오 또한 안이하다. 12세 관람가. 다음달 6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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