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는 항암요법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면역항암제 이슈의 핵심은 환자 약제비 부담에 있다. 건보재정 부담을 고려해 새로운 방식의 보험급여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톨릭대 의대 종양내과) 회장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면역항암제 등 값비싼 약물의 경우 환자 본인 부담 5%라는 룰(Rule)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정부와 의학계,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등 높은 효과가 입증된 고가 약제에 대해 보험급여 적용 관련한 합의(consensun)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면역항암제 투여가 아직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환자 투여 사례가 적은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승택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갑상선질환, 간염, 폐렴, 설사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을 낮추기는 했으나,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면역항암제의 독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면역항암제는 독성 관리가 가능한 전문의들이 있는 기관에 한해서 시행돼야 한다.
한편 이날 항암요법연구회에서는 최근 미국 사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특히 이번 ASCO에서 면역항암제와 다른 항암제들과의 병용 요법 연구 결과가 단독요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승택 교수는 “최근 ASCO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면역치료제 병용요법은 단독 요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향후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약제들과 병용 요법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암 완치라는 희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러나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이 아직까지는 임상 연구 외에서는 허가 전이어서 국내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용 요법은 필연적으로 약제비에 대한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선제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종양과 싸울 수 있도록 해주는 면역 관문 억제제들이 등장, 다양한 약제들이 여러 암종에서 효과를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 요법으로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제한적이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약제들과 병용 요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ASCO에서는 PD-1 경로 억제제와 CTLA-4 억제제 병용 요법의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CTLA-4 억제제는 림프절에서 T세포가 항원전달세포(antigen presenting cell, APC)에 항원을 인식하여 활성화되는 과정(priming phase)에 관여하고, PD-1 경로 억제제는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들이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과정(effector phase)에 관여한다. 이 두 가지 억제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며, 병용 요법 시 상보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이전에 치료를 시행한 적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의 병용 요법 1상 연구인 CheckMate-012에 따르면, PD-L1이 1% 이상 발현된 경우 57%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을 보였고, 대부분의 환자(83~90%)가 1년 이상 생존했다. 병용 요법의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니볼루맙 단독 요법과 비슷했으며(11~13%), 치료와 관련된 사망은 없었다.
이밖에 흑색종 환자의 1차 치료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 요법과 단독 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연구 CheckMate-067의 장기간 추적 관찰 결과에서도 병용 투여군에서 높은 효과가 지속됨을 보여주었다.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11.5개월로 단독 투여군 대비 연장된 결과를 보였으며, 치료 시작 후 18개월이 지난 후에도 46%의 환자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니볼루맙 단독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6.9개월, 이필리무맙 단독 투여군은 2.9개월이었다. 이상반응은 기 발표된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흑색종 환자에서 펨브롤리주맙과 이필리무맙 병용 치료에 대한 Keynote-029 결과에서도 두 약제의 병용 치료는 감내할 만한 수준의 부작용을 보였다. 완전반응 10%를 포함하여 객관적 반응률 57%을 보였고, 반응이 있었던 환자의 98%가 반응이 지속되고 있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