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안전톡톡] 원자력발전소와 우리집 안전거리는 4㎞?!

[쿡기자의 안전톡톡] 원자력발전소와 우리집 안전거리는 4㎞?!

기사승인 2016-07-01 11:09:21

만약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안전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신고리 5, 6호기 건설 문제가 지난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건설 허가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원전 안전거리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최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하 탈핵울산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가 준용하고 있는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원자로 위치 제한(TID(Technical Information Document) 14844, 이하 TID 14844)을 근거로 “신고리 5, 6호기가 인구중심지로부터 24.6~28.5㎞ 떨어져야 함에도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가 이 거리 안에 있다”며 신고리 5, 6호기가 인구밀집지역 위치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핵규제위원회는 2만5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곳을 인구중심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구 7만명의 기장군 정관읍은 신고리 5, 6호기로부터 11㎞, 19만명의 양산시는 24㎞, 110만의 울산은 23㎞, 340만명의 부산은 27㎞ 가량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수순대로(?) 원전 관리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탈핵울산행동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의 해명자료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원자로 위치 제한은 실제 얼마인데, 신고리 5, 6호기는 이래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단지 “신고리 5, 6호기는 인구중심지거리 평가를 위해 원안위 고시 또는 미국 규제기준(Reg Guide) 등을 적용하여 평가를 수행 하였습니다”라는 형식적인 설명만 덧붙였습니다.

 

탈핵울산행동 측이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위치 제한 규정을 근거로 원자로의 위치가 인구중심지에서 일정거리(24.6~28.5㎞)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응당 “주장의 근거(미국 핵규제위원회)가 잘못됐다”느니, “사실 ○○㎞ 정도만 떨어지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순리입니다. 지금까지 기자가 받아온 해명자료는 그랬습니다. 그래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부쩍 높아진 국민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하고 이해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수원 측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탄핵울산행동의 주장은 1962년 미국 핵규제위원회에서 제시한 예시에 근거한 주장으로 지금의 원전 기술 등을 감안할 때 맞지 않다”며 “현재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1980년대 초 새롭게 제시된 미국 규제지침(NuReg-1465)의 위치 제한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규제지침의 위치 제한 규정은 얼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제야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원전 건설 수준, 안전관리 수준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겠지만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 미국 규제지침에 따라 계산하면 원자로로부터 2㎞,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정도만 떨어져도 안전하다. 여기에 지침에서 정한 1⅓을 추가 적용(곱하기)하더라도 최종적으로 4㎞정도면 방사능 누출 등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장 가까운 일광 택지지구가 신고리 5, 6호기와 10.3㎞ 떨어져 있는 만큼 기준을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원자력발전소와 인구밀집지역(2만5000명 이상)의 안전거리는 ‘4㎞’면 충분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탈핵울산행동 측의 약 24.6~28.5㎞ 주장과는 약 6~7배나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이같은 차이를 이해하려면 앞서 기술한 TID 14844와 규제지침(NuReg-1465)의 차이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TID 14844는 원자로 노심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NuReg-1465는 원자로 노심의 일부만 녹아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노심 전체가 녹느냐, 일부만 녹느냐의 차이에 따른 시나리오인 셈입니다. 탈핵울산행동은 TID 14844를, 한수원은 NuReg-1465를 가정해 계산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나리오가 맞느냐를 떠나 한수원 측의 대응은 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4㎞라는 주장이 옳다면, 정말 안전하다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참에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결과 값(안전성)을 설득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 그렇지 않았습니다. 진실이야 어찌됐든, ‘쉬쉬’하면 할수록 의혹은 커지고 불안은 더 가중될 게 뻔한 데도 말입니다. 

 

원전은 경제 논리에 앞서 안전이 선행돼야 할 기간산업입니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이 많다면 약이 아닌 독이 되듯, 경제적으로 필요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 우려가 적지 않다면 한 번쯤 더 생각해보고 자문을 구하는 게 순리입니다.

 

결과적으로 한수원은 원전으로부터 4㎞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불과 5년 전인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소개 거리는 반경 30㎞이었습니다. 청와대와 한강을 끼고 있는 여의도까지의 거리(원전은 냉각수 때문에 물가에 위치해야 한다)는 직선거리로 8~9㎞입니다.

 

박주호 기자 epi02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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