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특히 병원계를 중심으로 선택분업의 요구가 거세다.
정부는 2000년 7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를 모토로 ‘직능분업’ 형태의 의약분업을 도입했다. 정부가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간 합의를 통해 하루아침에 국민, 의료기관, 약국에 의약분업을 강요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약을 조제받기 위해 의료기관 밖을 나서는 불편을 겪게 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편한 의약분업을 왜 시행하게 됐을까.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방지되고, 약화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 국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의약품 과다사용으로 항생제 내성률이 선진국보다 5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의약품의 과잉 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감소를 통해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렇지만 16여년이 지난 현 상황도 항생제 내성이 고민인 것을 보면 의약분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의료계를 중심으로 선택분업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의원·병원 모두) 외래진료 환자에 대해 원내조제를 금지함에 따라 약국은 의료기관 인근으로 속속 모여들었고, 진료 받은 의료기관 인근 약국이 아니면 처방약대로 조제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임의조제가 불가능해지며 약국에서는 처방약이 바뀔 때마다 쌓이는 재고약의 문제가 대두됐고 이로 인해 대체조제(의사가 상품명으로 처방시 필요한 경우 약사는 성분·함량·제형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가능, 이때 약사는 환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의사에게 추후 통보를 해야 함) 활성화 및 성분명처방 도입의 요구가 커졌다.
의료계에서는 약사의 대체조제를 활성화 하는 것보다 의약분업 이전처럼 처방과 조제가 일원화 되는 선택분업을 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환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병원계에서는 의료기관 내 근무하는 약사로 하여금 외래진료 환자에 대한 ‘조제’행위를 금지해 외래환자는 의료기관 방문 후 의료기관 내 약사가 아닌 의료기관 밖에 위치한 약국만을 방문해 약을 조제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선택분업을 통해 환자가 병원내 또는 병원 밖의 약국 중 조제를 희망하는 장소를 선택하도록 해 국민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병원에서는 팩스로 약국에 처방전을 보내 약을 조제받기도 한다. 반면 약사회는 범국민적 합의를 통해 탄생한 의약분업인 만큼 선택분업으로 전환이 아닌 안정적인 정착을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선택분업에 대해 “의약분업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단점도 있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의약분업 시행이 15년을 넘었다. 제대로 된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의-약계가 갈등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제도 평가 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