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무용지물로 만든 담배회사의 꼼수

연말 담뱃갑 포장 변경 앞두고 담배케이스 판촉…복지부, 제제법안 검토

기사승인 2016-07-04 18:17:48

보건당국이 흡연 폐해를 알리기 위해 담뱃갑에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자 일부 담배회사들이 이를 유명무실로 만들기 위해 흡연 경고그림이 없는 담배케이스 판촉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오는 12월23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바 있다.

담뱃갑에 폐암 등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그림을 넣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2002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의원발의 및 정부제출안 등 11번의 시도 끝에 13년 만에 통과했다. 2015년 5월29일 국회통과, 동년 10월12일부터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2016년 5월26일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등의 표시내용’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 등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 통과 당시 담배제조사들의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와 관련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시행시기를 올 연말로 미뤘는데 문제는 담배제조사 등이 그 사이에 담배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게 되면 담뱃갑 전체는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워지게 돼 담배케이스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우려는 있어왔다. 그렇지만 이처럼 담배제조사 등이 담배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담배케이스를 포함해 담배를 판매할 것은 정부의 예상치를 벗어난 것이다.

KT&G의 경우 한갑에 6000원에 판매되는 에쎄 골드리프 한 보루 구입시 담배케이스를 끼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담배케이스를 보면 현재의 담뱃갑처럼 경고문구만 들어가 있다. 때문에 경고그림이 시행되도 담배케이스에 담배를 담으면 불편한 경고그림은 볼 필요가 없어진다.

파이프담배 전문업체인 파스타바코 역시 담뱃갑 포장 변경이 추진되던 지난해 맥바렌 연초 구매시 ‘담배케이스’를 무료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T&G관계자는 “에쎄 수 명작이 지난해 10월 말 출시됐다. 담뱃갑 포장이 리뉴얼 되며 정이포장은 5000원, 케이스 포함은 1만원에 판매됐다. 한정판이다 보니 일부판매점을 통해 판매됐다”라며 “회사 법조팀의 자문을 받은 결과 ‘겉포장 재질에는 제한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케이스도 다른 담배를 넣기 어려워 선물이나 소장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KT&G에서 제공했다는 담배케이스와 쿠키뉴스가 확인한 담배케이스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KT&G의 판매했다는 담배케이스는 에쎄 제품 전용으로 보이지만, 에쎄 골드리프의 담배케이스의 경우는 에쎄 제품이 아닌 다른 담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장영진 사무관은 “담배제조사가 담배케이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 다만 담배제조사가 직접적으로 주지 않고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단속에 나선다고 해도 위법판단을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며 “또 현재 법령이 구체적으로 돼 있지 않아 해석이 필요하다. 때문에 담배제조사의 광고와 판촉행위 등의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관계부처와 법률안을 검토 중이며,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