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유휴열의 끈질긴 힘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유휴열의 끈질긴 힘

기사승인 2016-07-07 17:49:08

김종근(미술평론가.고양 국제 플라워 비엔날레 감독)

우리들에게 전주 시골에 사는 작가 유휴열은 철저하게 가려진 작가처럼 보였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적당하게 노출된 그의 작품은 적어도 우리에게 좋은 작가라는 존재감을 크게 보여주진 못했다. 그것이 유휴열 작가에게 던져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러나 심사대상에서 보편적으로 논의 될 때에 유휴열의 존재감은 크게 주목 받았고 의외로 놀라웠다. 미술평론가가 대부분인 심사위원 전원이 공통적으로 그의 비켜진 위상의 존재감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작업에 공감했고 작품세계에 쉽게 동의했다.

적어도 그는 현대미술의 시류나 트랜드에 눈치를 보는 작가가 아니었고 자신의 투철한 작가관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이 이것으로 어렵지 않게 증명 된 셈이었다. 내가 그의 작업에 전적으로 동의 한 것도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자신을 모두 던져 놓고 사는 예술가의 초상 바로 그 부분이었다.

유휴열은 본질적으로 놀이나 신명을 옮겨놓은 작가가 아니라 놀이나 신명 속에 묻혀 뒹구는 작가이다. 그의 화면에 펼쳐진 현란한 색채가 주는 격정 속에 그러한 광기가 서려 있고, 무겁게 빛나는 무지랭이의 투박한 표현에는 홀로 길을 가는 장인정신과 투신성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작업실에 만나본 그의 모습은 훨씬 더 폭발적이었고 투철했다. 전시장을 꽉 채운 평면과 조각과 알루미늄 판으로 두들겨 만들어낸 입체 작품, 벽면과 수장고에는 더 더욱 그의 작품량이 온전히 땀 냄새로 만들어진 것임을 직감케 했다. 작품의 크기가 작품의 수준을 절대로 대변 할 수 없지만 그의 작품 스케일은 대중적인 작가가 빠지기 쉬운 규모를 충분히 넘어서고 있었고, 표현도 그 거칠음에 미감을 그대로 살려두고 있다.

그의 다소 전 방위적인 작업테마는 거론해야 할 것이다. 춤을 추는 모습에서 누드 드로잉, 놀이의 사위를 정지 시켜 놓은 다양한 형상, 기하학적 작가처럼 다루어진 평면과 조형성에서 미니멀한 표현까지 풍요롭다.
이처럼 탈 규정적인 유휴열의 표현 양식에서 그의 미술에 대해 열려있는 사고와 조형적 시각을 파악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그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위한 완벽한 행보를 하는 작가로 정의 내리기 아쉬운 점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현대미술에서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정립하고 싶어 하는 셰계는 무엇인지? 그 지향하는 세계가 미술 혹은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지를 여전히 사람들은 물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휴열 작가에게 믿고 이러한 수상에 주저 없이 몰표를 주는 것은 그가 지닌 성실함과 잠재된 작가정신의 힘과 저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한다는 그 진리의 뜨거움을 그가 금언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미술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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