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칼럼] “세수를 안 해서 그런 거야!” 지하철에서 한 아이가 어느 외국인을 보며 엄마에게 “왜 저 아저씨는 저렇게 까매?”라고 물었을 때 엄마의 답변이란다.
이것은 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14세 황모 군이 경험한 이야기다. 한국인 아버지와 가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황 군은 검은 피부와 짙은 곱슬머리를 지녔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고 모국어가 한국어인 한국인이다. 불행히도 2008년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후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제는 고아가 됐지만, 그에게는 고아라는 상황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사회적 차별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놀림의 중심이 됐고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도 자신들과는 다른 피부색이나 생김새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지하철의 그 아이는 어떨까? 앞으로 자라면서 자신과 다른 피부색의 사람을 보면 엄마의 말을 기억할 것이고 이러한 왜곡된 시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청소년의 폭력문제가 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특히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면 처음 한 달 동안이 제일 심하다고 한다. 과연 왜 그럴까? ‘학급 짱’이 결정되는 과정이라서 그렇단다. 학급 내 동질화된 문화와 의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계급은 필수적이고 ‘짱’이 결정돼야 비로소 학급의 평화가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름을 추구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왕따’를 의미한다. 앞의 두 사례를 보고 많은 전문가들은 심리학적, 정신의학적인 원인을 얘기하고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다양성의 문제로 본다. 즉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부터가 가장 큰 원인이고, 그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오랫동안 추구해온 동질화와 계급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기성세대의 가정교육을 답습하는 아이들에게도 이어진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집단문화의 단결성을 미덕으로 생각해왔다. 많은 외침과 분쟁들을 경험하고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에서 집단의 단결과 민첩성이 무엇보다도 중시됐고 이로 인해 군사문화의 엄격한 계급주의가 파생됐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 대부분 조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집단 공동체의식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문제는 그 이면에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미덕은 점점 조용히 무시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집단 속에서 –그것이 학교든 회사든 가정이든 간에- 약간이라도 다른 행동, 의식, 생김새를 가지게 되면 그것은 곧 왕따 또는 개인주의로 취급 받는다.
우리가 다양성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진리는 인간 자체다. 멀리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 즉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 외모만 해도 이 세상 사람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심지어 쌍둥이마저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도록 신(神)은 만들었다. 하물며 내적인 면은 전혀 같을 수가 없다.
어느 목사님이 하나님의 창조법칙을 얘기하면서 다음을 얘기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른 개성과 성품을 주셨습니다.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신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조화를 이루고 서로 도우며 살라는 뜻입니다.”
[이종구 박사는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미국 플로리다 공과대학에서 석사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시작, 이후 노키아,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에서 IT 비즈니스 경력을 쌓았다. MBA와 경영학 박사를 수학하면서 ‘다양성(Diversity)’을 처음 접하고, 이후 다양성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전략을 찾아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다양성 중심의 기업 전략서인 <다양성 전략(Diversity Strategy)>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다양성 설파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IT 업체 NICE의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자문위원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