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메르스 추경예산 부족하다더니 CCTV·내시경 구입에 사용

병원들, 메르스 추경예산 부족하다더니 CCTV·내시경 구입에 사용

기사승인 2016-07-13 13:43:37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병원들이 감염병 예방이 아닌 진료 장비확충에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15년 보건복지부 결산심의에서 메르스 추경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국민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추경예산은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르면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편성하도록 돼 있다.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관련 병원 장비 지원 사업’을 통해 ▲메르스 치료병원 29곳에 각 13억, 377억 ▲노출자 진료병원 21곳에 각 5억, 105억 등 모두 482억원이 지원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북대병원의 경우 13억원을 받아 6억원을 CCTV 구입하는 데 사용했는데 ‘비상시 환자 동선 파악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병원에 비상시와 평상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미리 자체적으로 대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병원들은 CCTV 구입하는 데 돈 이렇게 많이 안 썼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창원병원은 위내시경 3개, 대장내시경 2개를 사는데 2억15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관지내시경도 아니고 위내시경·대장내시경이 메르스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그것도 두 개, 세 개씩이나 샀다는 게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 병원에서 메르스 치료받은 환자가 몇 명인 줄 아나. 딱 한 명이다. 대체 이런 병원에 왜 말도 안 되는 장비를 지원해야 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예수병원은 제세동기 7대를 한꺼번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세동기 역시 감염병과 무관하게 병원에 항상 구비되어 있어야 할 물품인데 김 의원은 “격리병상에서 따로 사용하기 위해 1~2대 구입하는 건 그래도 이해한다고 쳐도 한꺼번에 7대를 구매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당초 복지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살펴보면, ‘중환자 진료장비 지원’을 위해 인공호흡기·에크모(체외순환막형산화장치)·혈액투석기·RO정수기·H2O2멸균기를 지원하고,  ‘개인보호장비 지원’을 위해 PAPR(전동식 공기정화기)과 보호장비 Cset를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예산 확보 이후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지원대상 품목이 7개에서 총 65개로 늘어나면서 CCTV, 내시경, 제세동기 등이 추가됐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호장구 level C와 PAPR(전동식 공기정화기)를 장비목록에 포함-이미 추경안에 포함돼 있는 장비 ▲병원별 여건이 상이하고 필요한 장비 수요가 다르므로,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의 범위를 폭넓게 정해 지원 ▲지원대상 병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해 병원의 수요 파악 ▲목록에 없어도 병원에서 필요한 장비라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지원 등의 전문가 의견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전문가들은 충북대 의대 교수, 동국대 의대 교수, 중앙대 의대 교수 등이었는데 충북대병원과 동국대병원의 경우 지원 대상이었다.

사업계획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메르스 관련 병원의 장비 구매 사업계획서에는 장비명, 단위, 수량, 단가, 소요비용이 전부일 뿐 이 장비가 왜 필요한지, 현재 병원에 이 장비가 몇 대 있는지도 없고, 사업기간도 명확하지 않다.

김상희 의원은 “이 허술한 사업계획서만 제출하면 바로 병원 통장에 13억, 5억을 꽂아주었다. 올초까지 장비를 구입한 병원도 있고, 아직도 정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도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라며 “이렇게 예산을, 국민혈세를 낭비해놓고도 정부는 문제만 발생하면 추경 타령이다. 장관은 올해도 추경을 편성하고 싶다면 이 사업부터 확실히 점검하라”며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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