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네릭 의약품(오리지널의약품의 복제약) 개발과 판매에만 의존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이제는 신약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정부 또한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어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이라는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진약품 박수준 사장은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우수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해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그에게 신약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물었다. 박 사장은 “수많은 후보물질 중 신약 개발로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며 “신약 개발은 리스크가 높은 분야로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한 단계씩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결과 중시의 풍토에서 벗어나 꾸준한 연구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신약의 강국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견제약사가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형 제약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수준 사장은 차별화 전략으로 기존의 연구개발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에 있어 모든 과정을 연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박 사장은 외부에서 좋은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꾸준한 연구로 신약 개발에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그는 “한미약품 등과 같이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활용하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진약품 연구인력은 50명이지만 KT&G생명과학과의 합병이 이뤄지면 연구인력이 전체 70여명으로 늘어나 신약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영진약품은 정부 지정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영진약품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는 해외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연물 신약 ‘YPL-001’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과 중장기 연구개발, 수출전략 확보 등이다. 영진약품의 기대주로 꼽히는 신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YPL-001’이다. 현재 COPD 전문가인 크라이너 박사가 진행하는 연구를 포함 미국의 4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안에 임상2a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에서 임상이 완료되면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COPD 치료 경구제로 일본 다케다제약의 닥사스가 있다. 영진약품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상 결과, 닥사스보다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돼, COPD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진약품은 현재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과 기술 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영진약품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YRA-1909), MRSA 백신신약(YSA-2021), 척추관협착증치료제SR정(YLS-1501) 등 개량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신약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연구가 진행 중이다.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백신은 현재 비임상 효력시험 완료와 생산공정 확립연구를 실시 중이다. 박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모두 연구개발에 실패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악해 타 후보물질보다 높은 성공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조만간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약품은 연구개발(R&D) 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013년 5.8%에서 2015년 7%로 높였다. 박 사장은 “자사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중앙연구소의 연구역량 강화와 오픈이노베이션의 활용방안 확립 2가지로 크게 구축해 진행하고 있다”며 “제제기술강화, 플랫폼 기술개발, 천연물 의약품 연구 등에 중앙연구소 역량을 집중하고 외부 산·학·연을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자가면역질환 같은 신규 의약품 후보물질 발굴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차기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박 사장은 “자가면역질환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후보 물질을 탐구하고 있다”며 “후보물질 몇 종류를 확보했으며 2015년부터 새로운 기전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억제제 후보물질을 탐색했다. 그 외 여러 후보물질탐색연구를 개시하여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기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진약품과 KT&G생명과학과의 합병 진행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 높다. 박 사장은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KT&G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KL-1333D(당뇨병), KL-1333M(미토콘트리아 희귀성 질환) 등도 신약 개발품목으로 확대돼 포트폴리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약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박 사장은 “정부가 대학이나 기초연구소 등에서 발굴한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중견제약사들이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뱅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즉 기초연구소와 제약사 간의 다리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과 글로벌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상업화 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가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 전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게 하는 창구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막대한 설비투자비 등에 대한 자금지원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사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 제제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의약품이라고 하면 신뢰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합리적 가격과 높은 질이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경쟁력이다. 앞으로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신약개발에 주력하면 세계적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