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협업이다. 첩보와 액션과 전쟁을 모두 하고 싶었던 이재한 감독의 욕심,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라는 이름을 녹여내고픈 제작사, 그리고 ‘창조경제’라는 이름 하에 ‘국뽕’을 말아낸 투자사가 만들어낸 ‘인천상륙작전’. 비참하고 냉혹한 전쟁의 현실을 그려냈다는 ‘인천상륙작전’은 8월 박스오피스에서 냉혹한 관객의 외면을 받을 듯 보인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된 대한민국에서 국제연합군의 최고사령관 맥아더(리암 니슨)는 모두의 반대 속에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성공확률은 5000:1. 이 작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첩보작전 ‘엑스레이(X-ray)’에 투입된 장학수(이정재)를 비롯한 8인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를 이룬다. 장학수는 인천 방어사령관인 림계진(이범수)를 속이고, 인천으로 연합군의 배가 들어가는 수로에 설치돼있는 기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북측 대위로 위장한다.
당초 단순 전쟁영화가 아닌 첩보 장르라 선언한 이재한 감독의 자신감과 180억 원이라는 큰 자본, 리암 니슨의 합류는 관객들에게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더해 이정재와 진세연의 로맨스, 김선아·박성웅 등 대형 배우들의 카메오까지 ‘인천상륙작전’은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관객들 앞에 전시된 ‘인천상륙작전’은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마무리가 거칠기 그지없다.
첩보영화의 생명은 빈틈없는 시나리오와 편집이지만 ‘인천상륙작전’의 맥락이 끊기는 편집, 충분하지 않은 상황 설명은 관객과 스크린을 유리(遊離)한다. 8인의 대원을 가까스로 잇는 가냘픈 드라마와 이정재·진세연 간의 안이한 로맨스는 영화에 필요가 없다. 필요 없는 것은 또 있다. 리암 니슨의 존재감이다. 리암 니슨은 오로지 작전의 당위성과 전쟁의 비장함, 한국을 도와준 연합군의 영웅적 행위와 엑스레이 작전원들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서 존재하며, 거기에 더해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하기 시작한 한국 영화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자랑하기 위한 일종의 토템(totem)으로서만 존재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공산주의자로 모스크바에 유학까지 갔지만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자가 된 장학수를 연기한 이정재는 캐릭터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 끝까지 분투한다. 림계진을 연기한 이범수 또한 악역이기 충분한 눈빛과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를 무자비하게 깔아뭉갠 것은 영화를 실제 엑스레이 작전에 투입됐던 대원들에 대한 설명자막으로 마무리하는 제작진의 안이함이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