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국가대표 2’ 뻔한 이야기와 스포츠가 잘 합쳐지면 극적인 드라마가 탄생한다

[쿡리뷰] ‘국가대표 2’ 뻔한 이야기와 스포츠가 잘 합쳐지면 극적인 드라마가 탄생한다

기사승인 2016-07-27 10:50:11

‘국가대표 2’라는 제목,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팀·유일한 국가대표팀·동계 아시안게임 출전…. ‘국가대표 2’(감독 김종현)는 보기도 전에 줄거리가 전부 머릿속에 그려지는 종류의 영화다. 스포츠 장르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국가대표 2’는 예상한 줄거리, 예상한 감동에 약간의 웃음이 더해지는 클리쉐를 충실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2’를 타인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예’다. 잘 만든 영화에서 클리쉐는 가장 충만한 감동을 안기는 장치고, ‘국가대표 2’는 이 클리쉐들을 영민하게 이용해낸 영화다.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빙상연맹은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창단해 구색을 맞추려 한다. 누가 봐도 ‘깍두기’신세인 이 팀에 감독으로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주니어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선수 시절 만년 후보선수였던 대웅(오달수)이 선임된다. 대웅은 곧 국가대표 선수 섭외에 나서지만 정식으로 섭외할만한 멤버는 한명뿐이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었지만 탈북해 지금은 식당에서 잡일을 하는 지원(수애)이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선수로 뛸 가망이 없어 핀란드로 가려던 지원은 대웅의 끈질긴 권유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이외에도 쇼트트랙에서 부정행위로 퇴출된 채경(오연서), 필드하키 선수 출신으로 이루지 못한 꿈에 관한 열망을 가진 영자(하재숙), 시간외수당을 주겠다는 말에 합류한 빙상연맹 경리 미란(김슬기), 결혼정보회사 1등급을 거머쥐기 위해 다시 얼음위에 올라온 피겨스케이트 선수 출신 가연(김예원), YMCA 인라인 하키 동호회 출신 중학생 소현(진지희)등이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주전이다. 누가 봐도 오합지졸이다. 지급된 하키 장비는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쓰던 낡은 장비들이고, 연습장은 불도 잘 안 켜지는 외지고 낡은 빙상장이다. 

초반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선수들의 배경이나 갈등은 관객을 설득하기엔 빈약하다. 그러나 ‘국가대표 2’의 무게중심은 명백하게 후반에 치우쳐져 있다. 김종현 감독은 모두가 예상하고 짐작할법한 드라마를 비중 있게 다루기보다는 스피디한 전개를 선택했다. 후반의 주를 이루는 빙상 경기장면은 마치 실제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것 같은 박력이 느껴진다. 격렬하고 때로는 야만에 가까운 아이스하키 경기는 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뒤섞여 관객에게 신선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탈북한 지원이 북한 측 선수들과 얼음 위에서 맞붙으며 펼쳐내는 드라마는 묵직하고 날카롭다.

항상 잘 하는 수애는 ‘국가대표 2’에서도 잘 한다. 오연서는 영화의 무게중심이 바뀌며 가장 많이 희생된 캐릭터지만, 채경의 당위성에 대해 관객이 스스로를 설득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김슬기와 김예원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청량함은 놀랍다. 다만 ‘국가대표 2’가 여성 캐릭터들의 갈등이나 고민, 인생관을 다루는 방식은 주인공인 수애를 제외하고 상당히 얄팍하다. 훈련기간 내내 빚어진 갈등을 화장실 장면 하나로 해소시키려는 영화의 시도는 ‘화장실 같이 가는 여고생’으로 대변되는 유구한 여성비하적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내고 볼 만한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다음달 10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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