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우협회 정책국장 “김영란법, 축산농가 전체 손해”

[인터뷰] 한우협회 정책국장 “김영란법, 축산농가 전체 손해”

기사승인 2016-07-30 10:24:18


“사과만으로 문제 된 적이 있었나. 사과 상자 안에 다른 것이 들어있어 문제였던 것”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의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 처벌을 위해 국무회의에 처음 보고한 법안이다.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금품 등 수수 허용 상한액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제한했다.

명절에 판매되는 농축산물 선물세트의 가격은 대부분 5만원을 상회한다. 유통업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한국농축산연합회는 김영란법 적용 품목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충북 청주시 봉영동에서 전국한우협회 김영원 정책지도홍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

-헌재가 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국한우협회의 입장이 궁금하다

“한우협회는 김영란법의 합헌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김영란법에서 정해놓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선을 조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금품’에 농축산물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농축산물은 금품이 아니라는 말인가

“금품은 서로 주고받았을 때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돈은 확실히 금전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누가 농축산물을 금품으로 생각하겠나.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사과 상자’ 역시 마찬가지다. 사과를 선물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상자 안에 사과가 아닌 다른 것을 넣어서 논란이 됐던 것 아닌가. 사과를 뇌물로 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농축산물로 인한 뇌물수수 문제는 없을까

“농축산물을 제외하고 법을 시행해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 (농축산물을)금품으로 지정하면 된다. 처음에 금액 상한선을 20만원으로 정하고 금액을 줄여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다가 5만원까지 내려가게 된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 그렇게 점차 시행하면 피해 보는 사람과 단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김영란법은 한우 농가 전체가 손해를 입게 된다.”

-5만원짜리 한우선물세트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한우 선물세트 포장비가 5000원~1만5000원이다. 택배비 5000원을 고려하면 한우는 3만원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선물세트에 질 낮은 고기를 담을 수는 없지 않나. 질 좋은 고기로 선물하기 위해서는 한우 400g만 담아야 한다. 400g이면 1인분 정도다. 누가 그걸 선물이라 보겠나. 부족한 고기는 직접 구매해 먹으라는 말인가.”

-대가성 금품수수를 처벌하자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동의하나

“동의한다. 다만 법을 처음 발의했을 때 목적대로 시행되길 바랄 뿐이다. 

김영란법이 나오게 된 배경인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금품이라고 인식해도 처벌이 불가한 사건들이 있다. 그런 사건들을 위해 김영란법을 시행하는 것은 찬성이다. 

그러나 지금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고작 20만원인 한우세트를 받고 대가성으로 어떤 일을 해준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축산농가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한우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 재고를 저장해놓을 수 있다. 농축산물은 마땅한 방법이 없다. 소는 보통 30개월이 되면 도축한다. 한우 가격이 하락했다고 도축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농축산물의 한계다.

한우 가격이 폭락하면 당장 한우 농가 수부터 줄어들 것이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사료 가격은 그대로니 어떻게 소를 키우겠는가

내년 설부터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적어도 두 번의 명절은 보내야 확실한 피해 상황을 추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다.”

-김영란법 개정과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나

“법안 개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난 27일 저녁 국회의원들에게 동의서를 보낸 상태다.

또 오는 8월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제2축산회관에서 29개 전국 농민단체장들이 참여한 ‘한국농축산연합회 대표자 회의’를 소집한다. 전국 농축산업계가 같이 행동하기 위해 세부 방향을 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27일이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기 전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날 거라고 예상했다. 한우협회는 판결과 상관없이 법안 개정을 요구할 것이다. 동의서는 오는 8월 1~2일쯤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안 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텐데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검토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회의원도 10명으로 줄여서 활동하다 나중에 국회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그때 가서 300명을 뽑으면 될 것 아닌가.

나중에 가서 법을 바뀐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소를 키우다 폐업한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해결책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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