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감독 데이비드 에이어)는 개봉 전부터 여러 모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마고 로비가 맡은 할리퀸은 개성 넘치면서도 예쁜 외모로 주목받았으며,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새로이 등장해 기대를 높였다. 더불어 지난 3월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의 흥행 참패 이후 DC 코믹스 사와 워너브러더스 측이 영화의 액션 강화를 위해 재촬영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유발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본의 아니게 번역가의 불성실한 번역 등이 함께 회자돼 꽤 불유쾌한 관심까지 촉발했다. 어찌 됐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만큼 화제작이라는 방증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다뤄진 슈퍼맨의 죽음 이후 미국의 정보국은 새로운 메타 휴먼(초능력자) 히어로를 필요로 한다. 슈퍼맨은 선한 메타 휴먼이었고, 인류를 지키는 데에 미국 정부와 뜻을 함께했지만 슈퍼맨같은 이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메타 휴먼 악당들의 등장을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결국 정보국 국장 아만다 월러는 가장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악당들을 모아 정부의 메타휴먼 상대 임무수행팀을 결성한다. 다만 이들의 일탈행동 방지를 위해 목에 나노폭탄을 심은 채다. 이른바 자살특공대(수어사이드 스쿼드)다.
자살특공대는 다양한 악당들로 이뤄졌다. 세계 제일의 명사수 살인청부업자 데드샷(윌 스미스), 조커의 여인 할리 퀸, 날카로운 부메랑을 무기로 한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태어날 때부터 몸에서 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악어의 비늘로 피부가 뒤덮인 킬러 크록(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등이다.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가 악당들과 임무 중에도 사사건건 대치하게 된다. 물론 자살특공대에 연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커의 방해도 시시각각 이들을 죄어온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첫 촬영 당시 공개돼 단숨에 화제를 일으켰던 할리퀸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아우른다. 깜찍한 대사와 어우러지는 마고 로비의 미모와 멋진 액션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성적을 단번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음직하다. DC 코믹스가 1000만 달러를 소요하며 재촬영까지 나섰다는 액션은 박진감 넘친다. 이 영화에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사활이 달렸으니만큼 워너브러더스 측은 국내 예고편 공개 당시 지적됐던 번역 오류까지도 수정하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종종 흥행에 실패한 히어로 무비들이 등장시키는 약점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너무 넓은 나머지 장황해진 세계관 설명, 빈약한 드라마와 캐릭터 당위성 등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캐릭터들의 서사를 비춰주느라 정신없다. DC코믹스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악당들만 모아놨으니 그만큼의 드라마를 할애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영화는 캐릭터들에 치우쳐 가장 중요한 흐름을 놓치고 만다. 액션은 훌륭하고 캐릭터들은 개성 넘치지만 그뿐이다. DC코믹스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영화는 불친절하고, 관객-영화-캐릭터를 잇는 이야기는 절로 갸냘파진다. 산만한 이야기 속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야 할 악당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는 모델 출신인 배우의 미모만 과시하고 산화한다. DC 사상 가장 멋지고 매력적인 악당 조커는 영화 내내 속편만을 예비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3일 개봉. DC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쿠키 영상이 존재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