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3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신 전 대표 측은 “제품 개발은 RB코리아가 아닌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의 글로벌 연구개발(R&D)이 담당하고 있다”며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의 개발 과정과 신 전 대표가 무관하다는 것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의 건강상태와 관련된 클레임(제품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신 전대표가 아닌 영국 본사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공급한 SK케미칼이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나온 수치들이 때에 따라 큰 폭의 변화를 보인다”며 “(제조사에서) 위험성을 정한 기준이 의문이다”라고 제조사의 과실을 문제 삼았다.
SK케미칼은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하고,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인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공급했다.
검찰은 “조명행 서울대학교 교수의 실험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며 “(옥시 측이) 보고서의 유리한 부분만을 선별해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라고 말했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 2011년 10월 옥시에게 받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며 피해자들의 폐질환과 가습기 살균제는 무관하다고 말해달라’는 자문 계약서에 따라 허위 실험보고서를 작성해주고 옥시로부터 12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에서 조 교수는 “독성값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높은 농도로 독성실험을 진행해야 하지만, 옥시 측에서 요구한 농도로는 제대로 실험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독성 농도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 교수의 연구는 실제 사용자들의 가습기살균제 사용량에 대한 예측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보통 장시간 제품을 사용했으나, 조 교수의 연구에서 그런 경우는 반영되지 않았다. 조 교수의 실험에서 실험용 쥐는 5일간 하루 6시간씩 충분히 환기 된 환경 속에서 독성물질에 노출됐다.
한편 변호인은 “신 전 대표가 퇴사하고 7년 뒤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참고해달라”며 “퇴직한 사람이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신 전 대표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