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전국 770개 스크린에서 3,579회 상영돼 일일 관객수 26만2,861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416만5144명을 기록했다. 기대작인 할리우드 대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1위를 내준 지 불과 하루만이다.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전부터 혹독한 평에 곤욕을 치렀다. 180억 원이라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만듦새, 리암 니슨의 이름값만 못한 출연 분량, 아쉬운 드라마 등 때문이다. 이에 더해 KBS와 KBS미디어에서 30억 원을 투자하며 지나친 수준의 홍보를 감행했다. ‘인천상륙작전’ 관련 홍보 기사건수만 지난 1년 간 52회다. 이 중 노골적인 영화 홍보는 35건, 영화를 빌미로 북한 비판 보도는 7건, 6‧25전쟁의 승리 강조 보도는 10건이었다. 이외에도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날인 26일에는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 프로그램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하면서 화면 대부분을 ‘인천상륙작전’으로 채웠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인천상륙작전’의 주연배우인 이정재가 맡았다.
억지 홍보에는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가 30억 원을 투자한 영화의 홍보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한 기자들을 징계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주자, KBS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은 이에 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라고 문화부 소속 송명훈, 서영민 기자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두 기자들은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사측은 이들 기자들을 상대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징계에 회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대중들의 ‘인천상륙작전’을 보는 눈은 자연스레 곱지 않아졌다.
이 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관계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영화가 띠고 있는 정치적 색깔을 꼽았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등이 주 요소로 작용해 자연스레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 실제로 정치권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으로 정치적 화제 환기를 꾀한 사례도 많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오정근·유병곤·임윤선·민세진 등 당 혁신비상대책위원과 지상욱 대변인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이외에도 앞서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주영 의원도 해병대 및 보훈단체 가족 등을 초청해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이외에도 휴가철이라는 시기적 특수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서울 도심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휴가까지 겹쳐 가족 단위로 영화관을 찾는 사례가 많다”며 “시원한 영화관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늘어 ‘인천상륙작전’뿐만 아니라 ‘수어사이드 스쿼드’ ‘덕혜옹주’ 등 다른 영화들의 예매율도 함께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