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확인제, 보험사 남발 심각…보험사 이익에 건보재정은 부담

진료비 확인제, 보험사 남발 심각…보험사 이익에 건보재정은 부담

기사승인 2016-08-07 22:17:05

# 서울에 사는 40대 K씨는 최근 병원에 내원해 실손보험에서 전액 돌려주는 200만원의 비급여진료를 받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던 K씨는 보험사에 200만원의 진료비 영수증과 함께 진료비를 환불을 요청했다. 보험사는 진료비확인제도를 통해 정당한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한다며 위임을 요청했다. 정당한 진료인지 확인한다는 말에 보험사에 진료비확인을 위임해줬던 K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진료였다는 통보를 받았고, 건강보험에서 보장되는 진료비 160만원을 환불받았다. 또 보험사로부터는 건강보험진료비를 제외한 본인부담금 40만원을 보상받았다.


이처럼 국민을 위해 시행되는 진료비확인제도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율 낮추기에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사례를 분석해보면 K씨는 보험사에서 받을 돈을 국민건강보험과 보험사를 통해 나눠받았을 뿐 손해 본 것이 없다. 보험사는 2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40만원만 보상해줘 16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은 160만원의 보험료를 지출했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진료비확인제도(이하 확인제도)는 병원이나 의원 등에서 진료를 받고 납부한 비급여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부담됐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심평원의 연도별 진료비확인 처리현황 중 환불비용을 보면 2011년 35억9717만원(9932건), 2012년 45억4635만원(1만1568건), 2013년 30억5435만원(9839건), 2014년 27억1460만원(9822건), 2015년 21억9655만원(8127건) 등 최근 5년간 16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보험사가 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과정에서 이 확인제도를 무분별하게 남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상금이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손해율이 커지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상해주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K씨 사례처럼 보험사는 확인제도를 통해 지급률을 낮추는데 활용한다.

진료를 받은 뒤 확인제도를 통해 비급여의료행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행위로 판정될 경우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보험을 가입한 개인들은 보험사의 요청에 의해 확인제도 내용도 잘 모르고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심평원의 보험사 위임 처리건수 현황을 보면 2012년 1335건, 2013년 1512건, 2014년 1647건, 2015년 1922건 등 최근 4년간 6436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했다. 또 의료기관 종별로는 실손보험 활용이 많은 병원급(2015년 569건)과 의원급(2015년 802건)에서 전체 건수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의원급의 경우 2012년 전체 건수의 13.8%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23.6%로 보험사에서 약 4건 중 1건을 위임받아 진료비를 확인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현행 진료비확인제도를 더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보험사 입맛에 맞게 진료비확인제도를 고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행한 소식지(KiRi Weekly)의 ‘비급여 의료비 심사논란과 진료비 확인제도 개선안 모색’에 따르면 진료비확인제도를 △이의제기 대상: 민영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 비가입자는 소비자 △심평원이 자체 판단에 의해 의료소비자를 과다 의료비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진료비 확인가능 △민영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협력을 통해 자체적인 진료비확인제도 운영 등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는 민영보험의 경우 보험금이 과대 지급될 경우 계약자들이 보험료 인상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보험사는 계약자를 대리해서 진료비확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확인 요청이 들어와 연락을 해도 환자 본인이 요청한 줄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다수 이런 경우는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수령을 위해 환자에게 진료비 확인을 요청한 사례로 환자는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니까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보험사에 확인 위임을 하거나 본인이 요청한다. 그렇지만 나중에 제출서류 미비로 연락을 하거나, 처리결과에 대한 회신을 받고 ‘자신은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라며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험사들이 보험료 지급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가입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진료비확인제도를 남발할 가능성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급여가 급여로 바뀌는 경우 환자와 의료기관간의 갈등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문제는 비급여행위가 급여행위로 판단되는 경우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과도한 비급여진료나 과잉진료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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