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사태에도 여전히 유해물질 관리에 허술한 정부

가습기 사태에도 여전히 유해물질 관리에 허술한 정부

기사승인 2016-08-08 18:52:56

발전소가 냉각수와 함께 배출하는 소포제(디메틸폴리실록산)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싸고 부처별로 규제기준이 모두 달라 화학물질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해경은 지난 1일 소포제(거품제거제)의 하나인 디메틸폴리실록산 290t을 냉각수 30억t에 섞어 바다로 배출한 혐의로 울산화력발전소 직원 2명을 입건했다. 울산화력이 과거 2013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이 소포제를 무단 방출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해양환경관리법 제2조 7호 유해액체물질에 해당해 해양배출이 금지되어 있다.

반면 국민의당 김삼화(사진) 의원실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해양배출이 금지된 ‘X류 물질’이 아니라 해양배출을 제한해야 하는‘Y류 물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령 제134호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제3조(유해액체물질의 분류) 2항에 따라 디메틸폴리실록산은‘Y류 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Y물질은 해양에 배출되는 경우 해양자원 또는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거나 해양의 쾌적성 또는 해양의 적합한 이용에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서 해양배출을 제한해야 하는 유해액체물질이다. 
 
위 규칙 유해액체물질의 분류를 위한 세부기준 및 물질 목록에 따르면, 해양환경전문가그룹(GESAMP)의 위험성 분석표에 따라 제품의 오염범주를 정하고 있는데 디메틸폴리실록산을 Y류 물질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법을 위반, 유해액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해양에 배출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물질에 대한 배출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서부발전이 지난 5일 김삼화 의원실에 제출한 수원지검 평택지청의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9월 22일까지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혼합물을 해양에 배출한 것은 인정되지만,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중 ‘가’지역에 적용하는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처리해 배출해야 하나, [별표13] 에서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의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아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2015년 6월 29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난 지 1년이 지나도록 해양수산부는 물론 환경부는 배출제한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해야 하는 환경부는 디메틸폴리실록산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 자료조차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해양자원 또는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면 마땅히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이 물질에 대한 규제조항을 마련했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제15조 배출 등의 금지)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유독물질을 배출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화학물질관리법상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유독물질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는 국제법상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유해물질로 규정해 배출제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물질은 국제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화학물질로 OECD 국가 중 특별히 유해화학물질로 관리되고 있는 곳은 없는 걸로 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에 디메틸폴리실록산의 유해성 등이 밝혀진 사례가 있는지 문의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식품첨가물로 규정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규소수지(디메틸폴리실록산)는 거품을 없애는 목적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 규소수지의 사용량은 규소수지로서 식품 1kg에 대해 0.05g 이하이어야 한다’며 식품첨가물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FDA는 물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식품첨가제로 사용하고 있고, 사용기준량도 식품 1킬로그램당 0.05g으로 발전소가 냉각수에 섞어 배출하는 량에 비해 훨씬 높다”며 “배출허용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배출하는 발전소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삼화 의원은 “지난달 29일 영흥화력에 대기오염 방재시설 현장시찰을 다녀왔는데 그때 발전소가 내보내는 온배수를 이용해 영흥군 주민들이 양식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만약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유해물질이라면 이 지역에서 양식된 해산물은 모두 오염된 유해해산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이 물질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철저히 가려 규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해 제품화한 SK케미컬의 경우 CMIT/MIT 물질이 우리나라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물질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흡입독성 실험은 물론 기본 허가절차도 없이 공산품으로 판매되어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쳤다”며 “유해물질 등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가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물론 기업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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