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미들 파워(middle power)’들이 국제보건 분야에서 더 적극적이고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국제보건센터장 일로나 킥부시(Ilona Kickbusch) 교수가 지난 8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제24차 아카데미아에서 “현재의 복잡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더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국제보건 거버넌스의 도전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에서 킥부시 교수는 “무엇보다 강대국의 권력이동과 중소국가들의 부상이 국제보건의 미래를 규정할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미들 파워란 전 세계적인 전망을 갖고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중간 규모의 국가를 말한다.
킥부시 교수는 “인간의 건강은 더 이상 지구의 건강과 분리될 수 없다”며 “국제보건과 그 궁극적 목표에 관해 완전히 다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건강 불평등과 보건안보 문제가 혼재된 새로운 상황과 보건의 정치적 및 상업적 결정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5년은 에볼라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보건의 위기를 맞은 해이기도 하다. 킥부시 교수는 “에볼라와 대규모 난민발생 등 2015년의 보건위기 및 인도주의 재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UN과 WHO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국제보건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015년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인 의제 채택과 새로운 국제기구들의 출현으로 국제보건이 국가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게 된 중요한 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킥부시 교수는 2016년이 국제보건에 있어서 전환점의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킥부시 교수는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 년간 WHO 유럽지역본부와 제네바 본부에서 건강증진 및 생활보건 관련 주요 직책을 맡았다. 이후 보건문제를 정치학적 시각으로 접근해온 그의 독보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WHO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여러 국가의 보건정책 자문으로 폭넓게 활동하며 국제보건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지난 6월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직속 국제보건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다.
아카데미아(Academia for Global Medicine)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주최하고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주관하는 강연시리즈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국제보건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특히 국제보건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제보건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들을 초청해 매월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